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서일까. 건설업계가 그토록 바랐던 초대형 건설사업들이이 ‘갑작스레’ 건설시장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연말부터 전국적으로 해저터널을 비롯해 대규모 건설산업이 추진된다는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중에서도 초대형 해저터널은 지역별 최대 관심사로 급부상한 모양새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해저터널 사업만 전국적으로 6~7건에 이를 정도다.

　산둥반도와 서해안을 잇는 한중해저터널 및 부산~후쿠오카간 한일해저터널 등 국가간 사업을 비롯, 목포~제주간, 보령~태안간, 광양~여수산업단지간 해저터널 등 그 규모와 종류도 다양하다.

　건별 사업비(추정)를 보면, 최소 6000억원에서 최대 2조원 안팎에 달해, 해당 지역주민은 물론, 극심한 물량난에 시달리는 업계가 반색할만한 초대형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지자체나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경우 사업추진의 당위성과 그에 따른 경제적 효과 등을 담은 보도자료나 공약 등을 제시하며 논의에 불을 당기고 있다.

　또 일부 건설업체와 물론, 터널시공 관련 설비나 공조 등 관련 전문업체의 주가가 요동을 치는 등 주식시장에서도 호기심을 갖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정작 이런 대규모 사업을 가장 반겨야 할 업계는 조용하다. 시장 전문가들 역시 냉담한 반응 일색이다.

　사업마다 조금씩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 실현 가능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 선거를 앞둔 시점에 터져나오는 ‘장밋빛 청사진’들로, 사업마다 유권자들의 관심을 유발하기 위한 ‘거품’이 가득하다는 게 중론이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우선 현 정부의 사회기반시설(SOC)에 대한 투자 기조상, 조단위 건설사업 다수를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해저터널이 장대교량에 비해 공사비가 저렴해 경제성이 우수한 것은 사실이나, 정부나 지자체의 현 재정여건으로는 단 1건도 감당하기 어려운 사업이라는 지적이다.

　물리적으로도 이같은 대형사업은 당장 착수한다 해도 계획과 조사, 설계, 예산편성, 관계기관(국가) 협의 등 최소 4~5년 이상은 소요된다, 다수의 사업이 한꺼번에 추진되기는 더더욱 어렵다는 뜻이다.

　물론, 민자유치라는 대안도 있다

하지만 MRG(최소운영수입보장제)폐지와 금융재구조화 확대시행 등으로 민간사업자의 수익성은 극도로 악화됐고 투자의지는 바닥에 떨어진 상황이라,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도 그럴것이, 제2경부 고속도로(서울~세종)만 해도 7년전 민간제안이 이뤄졌고 경제성이 확인된 지도 수년째지만, 여전히 사업방식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GTX(수도권 급행철도)나 신안산선 복선전철도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

　심지어 이미 BTL(임대형민간투자)방식으로 착공준비가 끝난 대곡~소사 복선전철의 경우에는 정부와 지자체가 사업비 분담을 놓고 갈피를 정하지 못해 수년째 표류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한 업계관계자는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 초대형 건설사업이 추진된다면 얼마나 반가운 일이겠는가”라면서도 “하지만 객관적으로 현실성이 떨어지는 사업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산업용 해저터널로, 총연장이 3.8km 규모에 불과한 광양~여수산단간 해저터널 정도만 현실성이 있을 뿐, 그 외 대부분은 선거용 이슈”라며 “사실 이런 이슈가 놀랍지도 않지만, 관련 업계와 시장에 혼선만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