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공사업법 등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주요 법안이 이번에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방송사에 노사가 함께 참여하는 편성위원회를 두도록 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 처리에 발목을 잡혔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오전 법안심사소위를 열었으나 방송법 개정안에 대한 여야 간 첨예한 대립을 해소하지 못한 채 정회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산회하면서 미방위는 계류법안들을 법사위에 상정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방송법 개정안은 물론 △정보통신공사업법 개정안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안 △클라우드컴퓨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 △기술사법 개정안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데이터베이스산업진흥법률안 등 ICT 관련 주요 법안의 처리가 줄줄이 좌초됐다.

국회 미방위는 지난해 9월 정기국회 이후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해 ‘불임 상임위’라는 오명을 안게 됐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의 법안 처리 여부가 짙은 암흑 속에 갇혀 있다는 점이다. 4월과 6월에도 임시국회가 열릴 예정이지만 제대로 가동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특히 오는 6월 4일 정치권의 초미의 관심사인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향후 임시국회는 여여 간 정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공산이 크다.

이렇게 되면 ICT 주요 법안은 상반기 국회에서는 통과되지 못하고 하반기에나 다시 법안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여야 간 전격적인 합의로 법안이 올 하반기 국회에서 처리된다하더라도 시행은 6개월 후여서 실제로 법안이 효력을 발휘하는 것은 내년이라야 가능하다.

특히 이번 임시 국회 파행으로 정보통신공사업법 개정안 처리가 이번에도 무산됨에 따라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정보통신공사업체들에 대한 행정처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법령 개정안이 일시적 등록기준 미달자에 대한 행정처분 예외규정을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나, 법안 통과에 제동이 걸리면서 효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건설경기 침체 등으로 종합건설업을 겸하고 있는 44개 정보통신공사업체가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으나, 이들 업체가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영업정지 또는 면허취소 등의 행정처분을 받게 될 경우 기업회생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이렇게 되면 해당업체 뿐만 이들의 협력사로 등록된 1000개의 중소 정보통신공사업체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