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강원업체 울리는 군부대 공사
|
#1 강원지역 업체 A사는 지난해 7월 국군재정관리단에서 발주한 10억원 규모의 OO부대 취사식당 시설공사를 낙찰받은 뒤 내역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입찰공고문에 1개 동으로 나와 있는 식당이 내역서에는 2개 동으로 표시돼 있었기 때문이다. A사는 공사비 증액을 요구했지만, 관리단에서는 우선 계약부터 하자고 종용했다. 그대로 계약을 한다면 회사 문을 닫아야 할 판이었다. 결국 A사는 청와대 진정까지 넣은 뒤에야 피해없이 빠져나올 수 있었다.
#2 지난해 6억2000만원짜리 OO대대 병영생활관 개수공사를 낙찰받아 공사를 수행 중인 강원업체 B사는 공사내역서만 보면 화가 치민다. 내역서의 단가가 시세보다 한참 낮았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시세로 1루베(㎥) 당 6만2000원인 레미콘 단가는 내역서에는 4만원으로 계산돼 있었다. B사 관계자는 “이대로라면 관리비를 제외하고도 7000만원 적자가 예상된다. 공사를 왜 맡았는지 후회될 뿐”이라고 타는 속을 내비쳤다.
강원지역 중소건설사들이 군부대 시설공사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접경지역이라는 특성상 공사물량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지만, 예산에 짜맞춘 공사발주로 적자실행인 공사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사단가 조정은 10억원 미만의 소규모 공사에도 무차별적으로 적용돼 중소업체들의 경영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강원도 내 건설사들 사이에서는 군부대 공사 입찰을 보기가 무섭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낙찰을 받더라도 막상 착공하려면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공사가 대부분이다.
C사 관계자는 “군부대 공사는 공사원가를 맞춰 끝내면 다행이다. 공사원가 대비 20~30% 적자가 나는 공사가 대다수다. 이로 인해 입찰보증금을 떼이더라도 공사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나온다. 조금 규모가 큰 공사에 걸리면 회사의 존폐까지 걱정해야 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강원지역 군부대 공사의 적자실행은 시세와 다른 군 표준설계단가에 기인한다. 품셈에는 산간ㆍ오지에 투입되는 자재 및 장비, 인력에 대해선 할증을 해줘야 하는데 군 표준설계단가에서는 지역과는 상관없이 같은 시설물에 대해 일괄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B사의 사례처럼 군 표준설계단가로는 도저히 공사를 수행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B사 관계자는 “1루베당 4만원으로 산 속에 위치한 군부대에 들어갈 레미콘 차량은 없다. 길도 험해 차량 전복의 위험을 감안해 레미콘 양도 3분의 2정도만 운반이 가능하다. 공사비가 이중으로 들어가는 셈인데, 이에 대한 금액조정은 나몰라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초소 건설공사는 적자공사로 ‘악명’이 높다. 보통 20~30개씩 한꺼번에 발주가 되는데 군 표준설계단가로는 1개 초소당 얼마씩으로 일괄 계산돼 공사예산이 잡힌다. 그러나 어떤 초소는 산꼭대기에, 또 어떤 초소는 절벽에 위치하는 등 접근성에 따른 실제 공사비용은 천양지차이다.
여기에 GOP(민간인출입통제구역) 내에서 수행하는 공사는 더욱 힘들다. 까다로운 보안절차를 거쳐 입ㆍ출입하다 보면 하루에 온전히 공사하는 시간이 불과 4~5시간에 지나지 않는다. 그만큼 공사기간은 늘어지고 투입비용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도내 업체들 사이에서는 어떤 공사는 입찰하지 말라는 내용의 ‘블랙리스트’가 돌기도 한다. 대한건설협회 강원도회 관계자는 “지자체 발주공사에는 관련실적을 가진 도내 업체들이 모두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면 군부대 공사의 입찰자 수는 여기에 절반을 넘는 수준”이라며, “유찰도 심심찮게 발생하는데, 한편으로 신규 전입 업체나 사정을 잘 모르는 업체들이 덜컥 물어 곤란에 빠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사실 군부대 공사의 불합리함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도내 중소업체들도 이젠 한계에 이르렀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도내 업계 관계자는 “공사비를 무조건 더 달라는 것은 아니다. 군 표준설계단가를 적용하더라도 공사지역의 특성을 반영해 달라는 것”이라며, “철근ㆍ레미콘 등을 관급자재로 돌리기만 해도 업체들의 숨통은 어느 정도 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