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서 아시아를 거쳐 유럽을 잇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 시대를 현실화하려면 현행 철도사업 타당성평가 제도부터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부축ㆍ동해축ㆍ서해축ㆍ중부축 등 4개 노선을 구축해 사업을 추진하되, 북한철도를 현대화하기 위해 지금부터 재원을 비축해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됐다.

　한국교통연구원(원장 김경철)은 12일 대한상공회의소 회의실에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하나의 대륙’ 실현을 위한 정책세미나’를 열고 SRX 구축을 위한 추진전략과 정책과제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이재훈 교통연 철도정책기술본부장은 SRX 추진을 위한 전담기획단 조직, SRX 철도망구축계획 수립, 관련법 개정과 로드맵 수립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행 철도사업 타당성평가제도 아래서는 SRX 철도망 가운데 일부 노선은 건설할 수 없기 때문에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대상으로 추진하거나, 혹은 타당성 평가항목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본부장은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이면서 재정지원이 300억원 이상인 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를 실시하는데 비용편익 점수가 1.0 이상이고 종합평가 평점이 0.5점 이상인 경우만 추진할 수 있어 일부 노선은 타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가재정법을 개정해 남북교류협력에 관계되거나 국가간 협약ㆍ조약에 따라 추진하는 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대상으로 삼거나, 평가항목에 국제교통망 구축효과 등을 추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SRX의 실현 가능한 노선으로는 경부ㆍ동해ㆍ서해ㆍ중부 등 4개 노선을 제안했다.

　부산항을 기점으로 기존 경부선과 경의선을 활용하는 경부축, 부산항에서 동해선을 경유해 TSR과 연계되는 동해축, 광양항을 기점으로 서해선을 통해 경의선과 연계되는 서해축, 평택항에서 원주~강릉선을 활용하는 중부축 등이다. 그러나 현재 여건에서는 경부축 서울~시흥, 경의선 서울~수색 구간의 선로용량이 한계에 달해 선로용량 확충이 시급하며 동해ㆍ서해ㆍ중부축도 단절구간, 시설 낙후, 시설수준 차이 등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북한철도 현대화도 필수적인 과제로 제시됐다.

　이 본부장은 “SRX는 북한지역을 통과해야 하므로 우선 평라선 평양~라진, 평부선 평양~신의주 및 평양~개성, 금강산청년선 원산~고성 등 4개 노선을 현대화해야 한다”며 “남북한이 공동으로 사업을 시행하되 투자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매년 교통SOC 예산의 3% 정도, 약 5000억원을 적립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교통연구원은 “한반도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및 중국횡단철도(TCR)를 연결해 아시아와 유럽이 연계되면 유라시아 대륙은 단절ㆍ대립의 공간에서 개방과 공존의 공간으로 바뀌게 된다”며 “높은 경제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TSRㆍTCR 경유국가들과의 경제협력은 한국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