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기업 재무구조 개선에 대해 강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 이번 재무구조 개선이 사업비 삭감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일종의 재무구조 개선 정책의 부작용으로, 실제 일부 공기업에서는 부작용의 사례가 감지되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 산하 공기업들은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이달 말까지 제출·예정된 재무구조 개선방안 수립에 들어갔다.

　정부의 공기업 개혁의지는 여느 때보다 높다. 앞서 각 주무부처의 장관들은 산하 공기업장 면담을 통해 지난해 말 수립한 경영정상화 방안을 되돌려 보내는 등 획기적인 개선방안을 요구하고 있는 모습이다. 공기업들은 정부가 내놓은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 따라 2017년까지 부채비율을 30% 이상 줄여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정부의 강경 드라이브가 자칫 사업비 축소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한국도로공사의 경우 최근 이사회에서 올해 사업예산을 확정하면서 국회 승인안보다 2000억원이 적은 2조9908억원으로 의결했다. 고속도로 건설공사에 필요한 추가 사업비 2000억원을 부결한 것이다.

　도공 관계자는 “올해부터 국고와의 매칭비율이 종전 5대5에서 4대6으로 높아짐에 따라 고속도로 건설공사에 대한 재정적 부담이 더 늘어났다”면서, “정부가 추가사업비를 반드시 시행하라고 한다면 추후에 어쩔 수 없이 반영해야겠지만, 현재 진행 중인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일단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고속도로 건설예산이 2000억원 정도 줄어듦에 따라 각 구간별 건설예산도 삭감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다른 공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호남고속철 광주~목포 구간에 대한 신규 사업을 놓고 노심초사하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일단 올해 사업예산은 별다른 조정없이 국회 승인 안대로 책정했다. 문제는 앞으로의 신규 사업이다. 올해 광주~목포 구간의 기본설계 예산(200억원)이 책정됐지만, 재무구조 개선 측면에서 본다면 이후 사업추진은 난항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재 사업계획을 수립 중에 있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역시 올해 사업비 축소가 유력하다. LH관계자는 “임대주택 등 정책적으로 추진되는 주거복지안정화사업은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의 예산이 편성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나머지 사업에 대해서는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돼 전체 사업비는 지난해(20조원)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사업예산의 축소는 당장 경기 활성화에 악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밸류체인의 마지막 단계인 중소 협력업체에 피해가 돌아간다. 중소기업 A사 관계자는 “수주산업의 특성상 발주기관이 사업예산을 줄이면 하도급에도 영향을 미친다. 밑으로 내려갈수록 협력사들은 낮은 금액의 계약을 강요당할 수밖에 없다”면서, “발주기관의 무분별한 예산절감은 결국 경기침체를 가속화할 것이며, 상생에도 역행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