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공사비 삭감 문제 개선, 다른 발전사로 확산 기대"

　한국동서발전이 토목공사에 적용했던 설계조정률을 폐지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다른 발전사들도 장기적인 입장에서 동참에 공감하고 있어 앞으로 설계조정률 폐지는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동서발전은 토목공사에 적용하던 설계조정률을 폐지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최근 입찰을 실시한 ‘동해화력 사택 및 체육관 신축공사(추정금액 118억원)’에 시범적용했다.

　설계조정률이란 1994년 정부노임단가의 폐지로 시중노임단가가 도입되자 한전이 사업비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만든 자체조정률로, 발주기관의 횡포 중 하나로 인식되어 왔다. 이를 표준품셈 노무량에 적용하면 노무량이 20%정도 줄어 공사비 삭감의 결과를 가져온다.

　동서발전의 폐지 방침은 한전 발전자회사 가운데 처음이다. 지난해 7월 한전이 폐지하기로 결정했지만 당시 발전자회사들은 발전소 공사의 원가부담을 이유를 들어 난색을 나타냈다. 때문에 이번 동서발전의 결정은 신선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동서발전 관계자는 “법적인 근거가 없는 설계조정률을 폐지하는 게 맞다는 분위기가 조성돼 방침을 정했다. 앞으로 신규 공사에는 표준품셈 대신 실적공사비를 적용할 것”이라며, “다만 발전소 공사의 경우 실적공사비로 모두 커버할 수 없기 때문에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적용 가능성을 연구 중에 있다. 연구 결과가 나오면 관련 규정을 바꿔 상반기 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실적공사비를 적용한 동해화력 사택 및 체육관 신축공사의 경우 표준품셈에 설계조정률을 적용한 것보다 5% 정도 공사비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당연히 환영하는 모습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설계조정률은 공사비 삭감뿐 아니라 일용직 근로자의 처우와 관계되기 때문에 시급한 개선이 필요했던 부분이다. 정부의 강도높은 공기업 재무구조 개선요구 속에서도 용단을 내린 동서발전에 박수를 보낸다”면서, “다른 발전사들도 하루 빨리 동참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나머지 발전사들도 원칙적으로 설계조정률 폐지에는 공감하고 있다. 한 발전사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폐지에 동의한다. 결국 문제는 공사비 부담이다. 이사회 등 윗선에서 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발전사 관계자는 “지난해 발전소 건설공사에도 실적공사비를 적용하라는 감사원 지적을 받았다. 당장 폐지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실적공사비를 적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지지 않겠냐”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