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건설사의 은행 대출 문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극심한 건설경기 침체로 가뜩이나 은행 대출이 까다로운 가운데 대출 연체율 상승, 신용위험 증가 등 건설사에 대한 은행권의 대출태도를 경직시킬 만한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취급기관의 건설업 대출은 지난 2008년 3분기 72조원에 육박한 이후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더니 2012년 4분기 44조원대까지 떨어졌다.

　은행들이 신규 대출을 옥죄고 기존 대출을 회수하는 데 집중하면서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곤두박질친 것이다.

　작년에는 45조원선을 유지하며 건설업 대출은 ‘L자형’ 패턴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는 건설업 대출이 사상 최저치로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선 기존 건설업 대출의 연체율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작년 11월 말 건설업 대출 연체율은 2.12%로 전월보다 0.51%포인트 상승하며 6개월 만에 2%대로 올라섰다.

　일부 대형건설사의 신규 연체가 발생하면서 연체율이 상승한 탓에 은행의 건설업 대출 심사가 더욱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건설사의 신용위험이 증가한 것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신용평가사의 정기평가에서 건설사들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하향 조정됐다.

　헌대산업개발, 포스코엔지니어링, 한라 등 건설사들이 신용등급 강등을 피하지 못하면서 건설업에 대한 은행권의 대출태도는 더욱 강화될 게 불보듯 뻔하다.

　건설사의 잇단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 새 주인을 찾아나선 건설사의 인수·합병(M&A) 절차가 난항을 겪고 있는 것도 건설업 대출 증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채권단의 입장에서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가 진행 중인 건설사에 대출이 있을 경우 건설업에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

　건설사 M&A의 연이은 무산 위기도 건설업이 그만큼 부실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건설경기 침체 탓에 거래 은행에 대출을 신청하면 심사 과정에서 퇴짜를 맞기 일쑤였다”며 “대출 여건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올해는 건설사들이 대출을 신청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처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