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들링 적극 활용…중견ㆍ중소업체 수주기회 줄고 실행 악화 우려

　서울시 SH공사의 올해 대형 공공아파트 건설공사 입찰집행 규모가 작년보다 크게 늘었지만, 계획 대비 집행률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는 다수의 공사를 하나로 묶어 발주하는 번들링방식을 적극 활용하면서 중견, 중소업체의 수주기회는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SH공사는 올 한해 총 8건의 최저가 낙찰제 방식의 공공아파트 건설공사를 집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발주금액 기준으로 총 7471억원 규모로, 지난해 단 2건의 최저가 공사를 발주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연초 발주계획과 비교하면 집행률은 50%에도 미치지 못해 작년과 마찬가지로 업계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SH공사는 올초 공공아파트 등 최저가 낙찰제 아파트 건설공사 20건을 발주할 계획이었으나, 실제로는 8건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총 7000억원 규모로 추정됐던 항동지구 아파트 건설공사 7개 단지와 4000억원 규모의 위례 A-10블록 건설공사 등 주요 사업들이 인허가 지연 및 계획 변경 등으로 발주가 줄줄이 미뤄졌기 때문이다.

　특징적인 것으로는, 올해 SH공사는 번들링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으로 8건의 최저가 아파트 공사 중 5건에 적용했다.

　아파트 건설공사에 초등학교나 도시형생활주택, 여성안심주택 등 소규모 공사 1~2건을 더해 단일 공사로 집행한 것이다.

　번들링은 발주자 입장에서는 입찰 집행속도를 높이고 향후 현장관리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별도로 집행할 수 있는 소규모 공사가 최저가로 편입되면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중견, 중소업체들이 불만을 드러냈다.

　입찰은 물론 수주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다.

　SH공사는 그러나 최근에는 대규모 아파트 건설공사뿐 아니라 280억원대 적격심사 대상 공사에도 이 방식을 적용, 공사를 발주했다.

　한편, SH공사가 올해 집행한 최저가 공공아파트 건설공사 8건의 평균 낙찰률은 74.40%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올 아파트 평균 낙찰률(73.25%)과 비교해도 1.15% 정도 높은 수치다.

　최고 낙찰률은 상계동 보금자리주택 및 사당동 도시형생활주택의 76.49%(진흥기업)였고 최저 낙찰률은 세곡2 보금자리 6,8단지 아파트 및 초등학교 건립공사 72.57%(경남기업)였다.

　또 계룡건설산업은 73.50%에 내곡6단지 아파트 및 언남초 건설공사를 따냈고 한진중공업은 73.73%에 마곡지구 8단지 건설공사를 수주했다.

　여기에 남양건설은 마곡지구 10-1단지를 74.16%에 수주했고 대보건설도 마곡 11,12단지를 73.68%에 수주했다.

　한일건설과 우신건설도 각각 신정4보금자리 택지조성 및 아파트 건설공사와 천왕지구 7단지 및 등촌동 장기전세, 천완동 여성안심주택 건립공사를 74.82%와 76.27%에 수주했다.

　업계는 그러나 대부분이 지역이 다른 공사가 묶인 번들링 방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정 실행을 확보하기는 오히려 더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한 업계관계자는 “적격심사 방식이었다면 80%대 중반에 수주할 수 있는 소규모 공사가 최저가 공사로 편입되면서 낙찰률이 10%포인트 이상 떨어진 셈 아니냐”며 “수주에 성공한 업체도 현장관리는 물론, 실행을 맞추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