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투자 지표는 무용론까지 대두

　연구기관들의 건설경기 전망이 올해도 빗나갈 조짐이다.

　작년 말 0.2~2.9%로 전망된 올해 건설투자 증가율은 지난 3일 나온 3분기 누적 잠정치로 6.4%다. 최대 32배 차이다. 올해 건설수주액 증감률도 작년 말 -0.8%~1.3%로 예상됐지만 10월 누적실적으로만 16.6% 급감했다. 최종집계까지 시간이 남았지만 전망치가 맞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연구기관들의 올해 건설경기 전망들이 실적치와 괴리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3분기 누적 건설투자 증감률은 6.4%다. 반면 한은조차 작년 10월에 2.9%로 내다봤고 올해 10월 6.1%로 실적치에 맞게 수정했지만 올해 1월(2.5%), 4월(2.7%), 7월(4.5%)까지 계속 상향조정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도 올해 건설투자 증감률을 2.3%(작년 11월)로 전망했다가 올해 5월 2.1%로 낮췄다가 11월 7.1%로 다시 높이기는 마찬가지다.

　LG경제연구원도 작년 9월 0.4%, 12월 0.9%, 올해 4월 2.4%, 7월 4.0%, 10월 4.2%로 바꾸는 등 거의 1년 내내 전망치를 갈아치웠고 현대경제연구원(작년 10월 2.5%, 올해 10월 3.7%), 국회예산정책처(작년 10월 0.2%, 올해 10월 4.8%)도 다르지 않다.

　이런 현상은 2012년도 전망 때도 빚어졌다.

　한은이 올해 3월 공식 발표한 2012년도 건설투자 증감률은 -2.2%이지만 한은은 2011년 3분기에 1.9%, 4분기와 올해 2분기에 각각 2.8%, 3분기 1.6%, 4분기 0.2%로 전망치를 바꾸면서도 결국 마이너스 건설투자를 맞추지 못했다.

　전년 말 경기전망 때 2012년 건설투자가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 곳은 국회예산정책처(-0.6%)가 유일했다. 당시 한국개발연구원(2.8%), LG경제연구소(3.4%), 현대경제연구원(0.5%), 건설산업연구원(0.7%)까지 모두 건설투자 증가세를 점쳤다.

　올해 상반기까지도 한은(2.8%), 한국개발연구원(3.1%), 현대경제연구원(2.1%)은 건설투자 증가 전망을 고집했다. 한은을 포함한 대다수 연구기관들이 작년 4분기에야 비로소 2012년도 건설투자를 마이너스로 바꿨지만 감소폭(국회예산정책처 -0.6%, 한국개발연구원 -0.6%, LG경제연구원 -0.9%, 현대경제연구원 -0.2%)을 맞춘 곳은 없었다.

　수주 전망도 오십보백보 수준이다. 작년 12월 수주 감소폭이 41.6%나 폭락하는 등 대선 여파로 발주량이 왜곡된 것이 큰 변수이긴 했지만 2011년에 내놓은 기관들의 수주전망치(한국건설산업연구원 -0.5%, 건설산업전략연구소 3.4%)는 실적(-8.3%)과 차이가 상당했다.

　건설경기 전망 무용론도 대두된다. 실제 삼성경제연구소가 2011년부터 ‘세계경제 및 국내경제 전망 보고서’ 발간을 중단했다. 그 저변에는 불가피한 외압이 자리한다.

　경기를 나쁘게 전망하면 정부가, 낙관적으로 전망하면 기업이 항의하기 때문이다.

　한 연구기관 담당자는 “건설투자 전망의 경우 상당수 기관들이 경제성장률을 전망한 후 이에 끼워맞추는 경우가 있다는 점에서 연구기관의 정밀한 툴 개발 등의 노력이 우선이다”라면서도 “그러나 경기전망은 기본적으로 막막한 상황에서 익년도 경영전략을 짜기 위해 작은 실마리라도 얻으려는 기업들에게 시사점을 준다는 면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