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안을 둘러싼 정부와 정치권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정부는 국회에 제출한 ‘2014년도 예산안’에서 SOC예산으로 23조3000억원을 배정하며 올해보다 1조원 가량을 줄인 데 이어 2017년까지 총 11조6000억원을 줄이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국회는 국토교통위원회를 중심으로 정부의 SOC 감축 기조 철회를 촉구하는 ‘사회간접자본 예산의 지속적인 확보를 위한 결의안’을 채택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국토위는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지역공약과 주거안정 정책 등이 반영된 올해 국토교통부 소관 예산안을 20조5176억원에서 22조7309억원으로 증액,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산 증감액 논의 결과가 주목된다.

　SOC 예산 증액… 경기활성화 대응책

　2012년 SOC 예산은 애초 22조6000억원에서 4427억원이 증액된 23조1000억원이 됐다.

　세계경제 불안에 따른 경기위축의 대응책이자,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사전포석이었다.

　주요 SOC 사업에는 △중부내력고속도로 화도~양평 구간 착공 및 호남고속철도 구축 등 국가기간망 확충 △여수~고흥 연륙ㆍ연도교 사업 등 국책사업 지원 △서울지하철 7호선 인천~석남 연장구간 등 대도시 교통여건 개선 등이 꼽힌다.

　대선을 앞두고 짜인 올해 SOC 예산도 애초 계획보다 3710억원이 증액된 24조3000억원으로 편성됐다.

　총 예산은 342조원 규모로, 애초 정부안에 비해 5000억원 가량 줄었다.

　국방 예산 등 4조9100억원이 감액되는 대신 복지 및 SOC 예산 등을 중심으로 4조3700억원이 증액된데 따른 결과다.

　이를 통해 박근혜정부는 복지예산 100조원 시대를 열었고, 지역 인프라 구축 지원을 중심으로 SOC사업도 확대됐다.

　주요 SOC 사업에는 △2014인천아시아경기대회 주경기장 건립 △대구 순환고속도로 구축 △금석천 생태하천복원사업 △춘천~속초 간 고속화철도 조기 착공 △제주공항 개발 연구 용역비 등이 있다.

　정치권은 이 같은 SOC 예산 확대가 경기위축 대응책이자 SOC 사업을 통한 복지확충 방안이라고 입을 모았다.

　올해도 경기위축 대응 중요…  증액 가능성 커

　올해도 지역균형발전을 고려한 SOC 예산 추가 편성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서민 주거안정정책은 물론 박 대통령 지역 공약 이행을 고려한 조치다.

　이미 예결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새해예산안 종합질의에서 정부를 상대로 지방재정에 대한 국고보조율을 높여야 한다는 견해를 강하게 주문한 상태다.

　앞서 국토위는 지난 5일 ‘SOC 예산 확보를 위한 결의안’을 채택하고, 정부의 ‘SOC 감축 기조 철회’를 촉구했다.

　지역균형발전을 고려한 예산 배정은 물론 장기화된 건설경기 침체를 고려해 건설산업의 도산 및 고용 불안 등의 문제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결의안에는 “사회간접자본은 국민의 자유로운 이동권을 보장하고, 저소득 서민의 일자리를 창출하며, 자연재해와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가장 기본적인 복지”라며 “지금은 사회간접자본을 축소할 시기가 아니다”라고 명기했다.

　국회 관계자는 “SOC 예산은 매해 10~15% 정도 증액돼왔다. 특히 올해는 정부의 복지정책이 지자체와 매칭 방식으로 운용되는 구조 때문에 낙후지역에 대한 개발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구조를 개선하려는 주장이 쏟아지고 있다”면서 “단순히 경제성만을 반영해 SOC 예산을 감축하는 게 아니라 지역균형발전 등 다양한 측면이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기활성화를 위한 적극적인 재정운용이 필요한 시기에 SOC 예산 등을 줄이는 게 적정한지도 살펴봐야 할 주요 과제”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내년 치러질 지방선거를 겨냥해 배정되는 무분별한 SOC 예산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SOC 예산 증액 배경 중 하나가 정치권의 이른바 ‘쪽지예산’을 통한 지역구 사업 챙기기가 꼽힌 데 따른 지적이다.

　실제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비용ㆍ편익(B/C)이 매우 낮은 사업을 정치권의 요구대로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예결위 소속 야권의 한 관계자는 “‘쪽지예산’의 후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부분만 개선해도 상임위에서 논의되는 상당수가 예결위 결정에 반영되지 않겠느냐”면서 “올해는 경기회복, 국가 재정건전성 확보 등을 목표로 예산안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결안조정소위는 다음주까지 정부부처별 사업 예산 삭감ㆍ증액에 대한 심의를 진행한다.

한형용기자 je8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