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빚더미에 앉은 공공기관의 부채 해소를 위해 칼을 빼들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11일 ‘제15차 공공기관 운영위원회’를 열고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확정,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220%에 달하는 공공기관의 부채비율을 2017년까지 200% 수준에서 관리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공공기관은 내년부터 부채감축계획과 방만경영 정상화 계획을 정부에 제시하고, 정부는 경영평가를 통해 이행실적을 평가할 계획이다. 특히 평가결과가 나쁜 중점관리기관은 임금을 동결할 방침도 내비쳤다. LH, 수자원공사, 철도공사, 도로공사, 한전 등 부채증가를 주도한 12개 기관은 중점관리대상으로 지정돼 내년 1월까지 자구계획을 제출해야한다. 이들 기관은 내년 하반기 중간평가를 거쳐 실적이 부진할 경우 기관장 문책과 함께 성과급 제한 등의 조치가 가해진다. 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재무관리계획 이행실적의 평가비중이 현행 12점에서 17점으로 늘어나고, 부채관리 노력이 미미할 경우 다른 분야의 평가가 우수해도 성과급을 제한받을 수 있다. 정부는 부채관리를 제도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한전, 가스공사, LH, 철도공사, 수자원공사, 예금보험공사,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7개 기관에 구분회계제도도 시범 도입할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석유공사, 석탄공사 등 6개 기관까지 확대된다. 이와 함께 주무부처에 의한 기채승인권을 5개에서 12개로 확대하고, 기관이 사업시행 과정에서 사업적 타당성과 재무적 실현 가능성도 검토할 수 있도록 투자심의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매년 국정감사에서 단골메뉴로 지적됐던 공공기관의 방만경영도 집중관리된다. 내년부터 공공기관은 정부가 제시하는 복리후생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정상화 계획을 제출하고, 이행실적이 부진할 경우 제재를 받을 전망이다. 특히 마사회, 인천공항, 강원랜드 등 방만경영의 소지가 상대적으로 높은 20개 기관은 중점관리된다. 이들 기관은 내년 1월까지 정상화 계획을 제출하고 하반기에 중간평가를 받아야한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도 보수, 복리후생 등 방만경영 관련 사항을 중점 평가할 계획이며 비중도 8점에서 12점으로 올린다. B등급을 받을 예정인 기관이 이 부분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경우 성과급을 받을 수 없는 D등급까지 하락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경영관리가 소홀한 기타 공공기관은 주무부처가 책임을 지기로 했다. 이들 기관은 주무부처가 평가체계를 마련하는 방식으로 관리를 강화하고, 관리실적은 정부 업무평가에 반영해 주무부처 장관이 책임질 계획이다. 이번 정상화 대책으로 공공기관의 경영진들은 보수 삭감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정부는 금융·SOC·에너지 분야의 43개 기관에 대해 기관장의 성과급 상한을 낮출 방침이다. 이에 따라 SOC·에너지 관련 기관장은 200%에서 120%로, 금융 관련 기관장은 200·100→120‧60%로 성과급 상한이 하향 조정된다. 상임이사의 경우 기본연봉 상한이 기관장의 80%로 조정되며, 그간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비상임이사의 수당도 연간 3000만원 상한으로 지급하도록 규정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실효성 있게 추진하기 위해 기관별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자율적 추진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또 공공기관의 경영전반을 관리·감독할 수 있도록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산하에 정상화 협의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협의회는 기재부 2차관 주재로 각 부처 1급과 민간 전문가로 구성해 부채관리와 방만경영 개선을 위핸 이행계획과 추진실적을 점검할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매년 10월 10일을 ‘공공기관 정상화데이’로 지정해 정상화 추진 점검 결과를 국민에게 상세히 보고할 계획”이라며 “공공기관이 누적된 부채와 고질화된 방만경영의 고리를 끊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