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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급속충전기 구매사업 '빈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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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업계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전기차 급속충전인프라 구매입찰을 내놓아 빈축을 샀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능형전력망협회 산하 전기차충전인프라위원회는 환경부·한국환경공단이 지난달 27일 나라장터를 통해 공고한 전기차 급속충전기 구매입찰과 관련해 공동계약불가를 방침으로 내세운 입찰방식을 공동수급 입찰방식으로 변경해 줄 것을 최근 요청했다.
환경부가 환경공단에 일임해 공고된 급속충전기 구매입찰은 기존 DC급속충전인 차데모 타입에 AC급속충전기능이 포함된 듀얼급속충전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구매규모는 45대 정도다.
업계는 이 같은 정부의 구매계획에 난처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내 전기차 충전기 업체 가운데 급속충전기를 개발하는 곳은 7군데 수준이다. 그러나 이들 중 이번 입찰에서 요구하는 듀얼급속충전 설비 45대를 납기일 안에 제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곳이 없다는 게 문제다.
업계에 따르면 급속충전설비 자재 자체가 고가일뿐더러, 충전기 입력단의 차단기인 서킷브레이커 제품이 국내에서 생산되는 것이 없어 수입해 들어와야 하는데 입고기간만 2개월 정도가 걸린다.
현재 1업체당 확보하고 있는 듀얼충전설비 자재도 20대 분량이 안 되기 때문에 개별입찰로 진행할 경우 낙찰을 받아도 곤란한 상황에 처한다는 것.
업계 한 관계자는 “업체 한 군데서 45대에 대한 재고를 보유한 것도 아닌 상황에서 낙찰 후 120일 안에 납품·설치를 모두 수행해야 하는데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며 “때문에 업계에서 공동수급을 가능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는데, 환경부와 환경공단은 공동수급을 해야 하는 타당한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또 “전기차 급속충전 제작업체들은 낙찰이 돼도 고민이고, 그렇다고 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환경부는 환경공단이 이미 조달청에 입찰방식 등 관련 자료를 모두 넘긴 상태에서 업계의 건의가 들어왔기 때문에 입찰방식 변경이 쉽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미 조달청 손으로 넘어간 입찰건을 수정하기 위해선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
특히 지난 2010년 제주 실증단지를 구축하며 전기차 충전인프라를 공동입찰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줬는데, 당시 업체들이 담합을 통해 예가의 80% 정도로 낙찰되는 금액을 97%까지 올려 받은 문제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최근까지도 환경공단과 입찰방식 변경을 위한 중재를 시도한 상황이지만 쉽지 않았다는 게 환경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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