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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구매·공사 발주 저조...업계 경영난 허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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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비리 사태로 원전 산업계 전반이 위축된 가운데 한국수력원자력의 공사와 구매 입찰 건수가 크게 줄면서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한수원의 공사 발주와 자재 구매가 저조해 협력기업들이 매출 급감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수원은 연초 신고리원전 5·6호기 주설비공사를 포함, 89건에 이르는 1조6987억원 규모의 신규공사와 357건 1조1275억원 규모의 구매 발주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신고리 5·6호기 주설비공사는 입찰방법 심의와 정부의 전원개발실시계획 승인이 늦어지면서 발주가 지연됐다. 상반기 발주 예정이었던 경주 신사옥 입찰공고도 지난 9월에야 내는 등 대부분의 큰 공사 일정이 늦춰졌다.
한수원 협력 납품업체인 A사 대표는 “작년에 100을 팔았다면 올해는 50도 안 되는 수준”이라며 “입찰 건수가 반 이하로 줄면서 다들 죽는 소리만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납품업체 B사 대표는 “분야별로 다르겠지만 발주가 안 나오니 등록된 회사 가운데 20% 정도는 문을 닫거나 도산 위기에 빠진 걸로 알고 있다”며 “우리가 취급하는 제품 쪽은 공사가 아예 없다시피 한 상황이다. 또 연간 매출이 수십억원 수준인데 올해 들어선 최근 몇 건의 계약으로 1억원을 넘기는 데 그쳤다”고 하소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원전 산업은 신규 원전 건설 계획에 따라 발주 물량의 편차가 큰 탓에 원전에만 올인하기보다는 화력발전 등 다른 업종에 걸쳐 있는 업체들이 많다”며 “원전 비리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원전 쪽에 납품한다고 하면 이미지가 안 좋아 영업에 타격을 받기도 한다”고 밝혔다.
발주가 저조한 것은 원전 비리와 품질서류 위조 사건 등으로 전임 김균섭 사장이 면직되면서 주요현안에 대한 의사 결정에 차질을 빚었고, 모든 업무가 마비됐기 때문이다.
유지보수에 필요한 원전 설비와 부품도 정비 때 교체를 해야 하지만 납품 비리 사건 등으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원전 비리 사태로 한수원 내 분위기가 어수선한데다 자체 감사 기능과 관련당국의 규제업무가 강화되면서 전반적으로 발주와 관련된 업무가 위축됐다는 얘기다.
A사 대표는 “시기적으로 계획예방정비 기간에는 설비 교체를 해야 하는데 한수원 감사실에서 사안마다 검토를 하고 통제할 뿐 아니라 업체들에게는 따라가기 어려운 시험을 요구하고 있으니 우리로서는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을 견디다 못한 한 업체는 최근 업계 의견을 모아 한수원에 유지보수 공사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익명으로 제출하기도 했다.
해당업체는 탄원서를 통해 “원자력 설비의 경우 수명연한이 경과한 경우 제때 교체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임직원의 비리 사건으로 인한 어수선한 가운데 개보수 교체의 시기를 놓친 경우가 허다하다”면서 “지금 한수원의 행태는 자기 몸이 아프니 이웃집의 안전은 나 몰라라 하는 식”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비리에 관여되지 않은 선량한 납품 업자들의 상당수가 도산했거나 부도 일보 직전까지 와있다”며 “국내 산업이 전멸하면 외국업체에 발주를 하는 수밖에 없다. 조속한 발주와 구매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한수원 관계자는 “발주가 줄어든 데 대한 항의성 민원이 들어온 건 사실”이라며 “설비 유지·보수라는 건 개별적인 사업 타당성을 따져 하는 것이고 늘 계획대로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발주와 관련해 어떠한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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