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지역에 이어 강원 및 수도권에서도 ‘나라장터’를 이용하는 개별 사용자들의 PC를 해킹해 관급공사를 불법으로 낙찰받은 일당이 검찰에 무더기로 적발됨에 따라 해킹 업체와 입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는 당시 정상적으로 입찰을 본 후순위자들이 작금의 일감 부족을 타개하기 위해 뒤늦게 나마 시공권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현행 법령은 입찰 무효이나 최근 법원에서 해외 시공실적을 위조해 불법으로 낙찰받은 사건에 대해 후순위자의 권리를 인정한 판례 때문이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4월 경북지역에 이어 최근 강원 및 수도권에서도 나라장터를 이용하는 재무관 및 조달업체 PC를 해킹해 낙찰가격을 조작한 일당 28명을 적발했다.

이들은 앞서 경북지역에서 적발한 일당과 다른 인물들로 낙찰 하한가 산정 기준이 되는 예비가격을 조작하는 악성 프로그램을 동원한 범행 수법은 동일하다.

악성 해킹 프로그램 개발자 및 입찰 브로커와 공모한 이들 지역의 35개 건설사들은 지난 2011∼2012년 나라장터와 경기 및 인천, 강원지역의 지자체 사이에 오가는 예정가격을 해킹한 뒤 낙찰 하한가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1100억원 상당에 이르는 관급공사 77건을 불법 낙찰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는 현행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42조에 따르면 입찰 무효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에 잔여 시공분이 있더라도 새로운 입찰을 집행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대전지방법원에서 해외 시공실적을 위조해 불법으로 관급공사를 낙찰받은 사건에 대해 잔여분을 후순위자에 넘겨 주거나 이윤율을 지급하라는 판결에 따라 해당 지역 건설사들은 실낱 같은 희망을 걸고 이번 해킹에 가담한 35개사와 해당 입찰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있다.

경기지역업체 관계자는 “최근 장기간 건설경기 침체로 경영난이 가중됨에 따라 해킹으로 피해를 봤다는 건설사들이 해킹 업체와 입찰 파악에 나서고 있다”며 “현행 법령은 해킹으로 인한 입찰을 무효로 처리하지만, 최근 해외 시공실적 조작에 대한 법원 판결이 있어 소송을 통해 잃어버린 권리를 되찾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지역 관계자는 “문제가 된 입찰이 피폭건물 복구, 대피호 건립 등으로 공기가 짧고 시급한 공사라 잔여 시공분이 많지 않아 보이지만, 법원 판례에 따라 일부라도 시공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앞서 13개 건설사가 경북지역에서 재무관 및 조달업체 PC를 해킹해 291억원 상당의 관급공사 31건을 불법으로 낙찰받은 사건도 마찬가지.

발주기관별 행정처분 진행상황은 김천시의 경우 최근 계약심사위원회를 열어 해킹 업체에 9개월간 부정당업자 제재 처분을 결정했고, 영주국토관리사무소는 해당 업체에 사전 처분을 통지한데 이어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에 제재 처분을 요청했다.

나머지 청송군 및 봉화군, 울진군, 상주시, 영천시, 성주군, 안동시, 군위군, 문경시, 의성군은 해당 업체가 제기한 항소심 판결이 나오면 제재 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검찰이 충청과 호남지역은 물론 수사를 종결한 경북과 강원, 수도권 지역에서도 해킹 혐의를 부인하는 업체에 대한 수사를 지속할 방침이라 당분간 건설시장에는 해킹을 둘러싼 시공권을 되찾으려는 움직임이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