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원도급 건설사가 일방적인 재입찰과 네고(재협상)를 통해 입찰가보다 낮은 금액으로 하도급 대금을 결정하면 이른바 ‘단가 후려치기’에 해당돼 피해액의 3배까지 배상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적용된다.

　내년 4분기부터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법 위반 사업자에게 부과하는 과징금이 지금보다 평균 50% 가까이 높아진다.

　또 공정위의 심사관 전결사건에 대해 외부 전문가의 사전 검토를 거치는 시민심사위원회가 내년 1월에 신설돼 무혐의·경고조치를 받기가 한층 까다로워진다.

　공정위는 1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경제민주화 입법 후속조치’를 발표했다.

　이번 후속조치는 상반기에 국회를 통과한 공정거래법·하도급법 등 법 개정에 따라 관련 고시·지침을 새로 만들거나 개정한 것으로, 구체적으로 △하도급지침 제·개정 △특정재판매거래고시(일명 ‘대리점 고시’) 제정 △시민심사위원회 설치 △과징금고시 개정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지난달 29일부터 시행된 하도급지침 제·개정의 경우 징벌적 3배 손해배상제가 적용되는 구체적인 법 위반 사례를 제시했다. 하도급법상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기존 기술탈취 외에 부당 단가인하와 부당 발주취소 및 부당 반품으로 확대됐다.

　건설업계와 밀접한 부당 단가인하 사례로는 재입찰과 네고를 통한 하도급 대금 인하가 해당된다. 공정위는 이번에 지침을 바꾸면서 ‘추가적인 협상에 의한 경우 뿐 아니라 재입찰에 의한 경우’도 부당 단가인하 행위로 규정했다. 이는 관행으로 자리잡은 재협상과 네고에 대한 위법성 판단이어서 실제 적용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정진욱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과장은 “최저입찰가가 원사업자의 예정가격을 초과하면 재입찰을 실시한다는 점을 사전 고지해야 하고, 예정가격에 대한 공증을 받아야 한다”며 “예정가격의 정당성에 대해선 원사업자가 입증책임을 진다”고 설명했다.

　과징금 감경 기준은 더욱 엄격해진다. 9개 감경 사유 중 자율준수프로그램(CP) 우수등급과 법위반 계약이나 관행의 불이행, 기타 감경사유 등 3개가 폐지된다. 감경 비율도 단순 가담자(30%이내→20%이내), 심사보고서 상정이후 협력(15%→10%) 시 대폭 축소된다. 감경폭이 가장 컸던 ‘부담능력 부족’에 따른 인정 요건도 객관적인 자료 제출 등을 통해 사업자가 입증하도록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시장·경제 여건’은 감경 사유에서 참작 사유로 한단계 낮췄다. 　

　반면 과징금 가중 사유는 확대된다. 반복적인 법 위반 사업자의 범위를 ‘3년간 3회 이상, 벌점 5점 이상’에서 ‘2회 이상, 3점 이상’으로 넓혔다. 이같은 과징금 부과기준 고시는 이달 2일 행정예고를 거쳐 내년 1분기 중 시행하되, 6개월 유예된다.

　송상민 공정위 심판총괄담당관은 “새 기준이 적용되면 현행보다 50% 가량 과징금 부과액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공정위 심사관이 전결로 처리해왔던 무혐의·경고조치 사건에 대해서도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시민심사위원회가 사전 심사를 거치는 절차를 마련했다.

　김재신 공정위 경쟁정책과장은 “심사관 전결처리 사건에 대해 사전에 객관적인 전문가 집단의 평가를 거치도록 해 사건처리의 투명성 및 신뢰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이달 중 공개 모집을 통해 시민심사위원을 위촉한 후 내년 1월부터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태형기자 k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