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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건설]<기자수첩>'담합 텀터기'에 속 앓는 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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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영업부서에 각종 건설공사 입·낙찰 현황이나 경쟁사 등의 업계 동향 자료가 사라졌다. 취재기자 입장에서 영업부서의 내부 자료는 그 어떤 기관이나 홍보실 보도 자료 보다 훌륭한 취재 소스다.
하지만 요즘 업계 영업부서를 취재하다 보면 좀처럼 자료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이미 낙찰자 결정이 완료된 사업들에 관해서도 공동도급 현황이나 낙찰률 등에 관한 통계치를 내놓지 않는다. 특히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 관련 자료는 더욱 그렇다.
사실 영업부서에 이런 자료들이 왜 없겠는가. 수주 전략이나 사업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라도 자사는 물론 타사의 온갖 데이터를 모아 종합 정리, 관리하고 있을 것이다.
과거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자료들에 대한 관리가 매우 철저해졌다는 것이다. 실제 일정 규모 이상의 건설사들은 이제 회사에서 지정한 특정 인력이나 조직만 중요 자료들을 취합, 관리하고 있다.
영업비밀로 분류되지 않은 문건에 대해서도 외부 유출은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예전에 ‘별 거 아닌’ 자료들도 대외비 수준의 관리를 받고 있는 셈이다. 서운한 감도 없지 않지만 업계가 이렇게 하는 것도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그러려니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업체들은 지난해부터 4대강 살리기를 비롯한 각종 건설공사 입찰에 대한 사정기관의 매서운 칼바람을 맞으면서 자료 관리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일례로 영업담당자들끼리 원활한 공동도급과 친목 등을 위해 매년 제작했던 업계 전화번호부도 눈치가 보여서 만들 수 없는 실정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공판이 진행 중인 4대강 답합사건과 관련, 검찰측은 피고측 업체의 자료는 물론 여타 업체들에서 확보한 자료까지 증거물로 제시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뭘 모르는 조사관들은 업계 전화번호부만 가지고도 담합의 정황인 양 추궁한다”며 “이런 상황에 수주경쟁이나 낙찰률 관련 자료를 아무렇지 않게 관리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건설업계가 1년여에 걸친 사정바람으로 인해 위축될 대로 위축돼 있지만, 아직도 그 바람은 멈추지 않고 있다. 그 속에서 살아남고자, 사소한 꼬투리라도 잡히지 않으려는 건설업계의 모습이 애처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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