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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태양광 보급 모델로 관심을 모았던 태양광 대여사업이 업계의 기대와 달리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2000가구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벌일 계획이었지만, 19일 현재 태양광 대여 계약을 체결한 가구는 55곳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가 에스이아이비 컨소시엄 등 태양광 시범대여사업자 3곳을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19일까지 태양광 대여계약을 체결한 가구는 모두 55곳으로 집계됐다.

세부 계약내역을 보면 에스이아이비 컨소시엄이 30건, 한화63시티 컨소시엄이 0건, 전남도시가스 컨소시엄이 25건을 각각 체결했다.

이는 대여사업 컨소시엄을 비롯한 업계의 기대와는 상반된 결과라, 정부를 비롯한 관련 기관과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내수확대 기대감 불구 실적 크게 저조

태양광 대여사업은 소비자가 초기 투자비 없이 매달 일정량의 대여료만 내면 자신의 주택에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는 사업이다. 지난 8월 26일 ‘신재생에너지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태양광 대여사업 시행계획이 발표된 후, 올해 사업물량인 6MW를 설치하기 위해 △에스이아이비 컨소시엄(에스에너지) △한화63시티 컨소시엄(한화63시티·한솔테크닉스) △전남도시가스 컨소시엄(SDN) 3곳이 최종 시범 대여사업자로 선정됐다.

태양광을 정수기처럼 대여해 전기요금 절감에 활용하는 방식은 미국에서 먼저 활성화됐다. 미국에서는 이미 순수 자부담으로 태양광을 설치하는 경우보다 대여방식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가정용 태양광의 주요 유통채널로 활용되고 있다.

이 때문에 대여사업 시행계획이 발표됐을 때 태양광 업계와 정부는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업계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통해 내수시장 확대를 노렸고, 정부는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정착할 경우 국가보조금을 투입하지 않고도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늘릴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정부 보급사업으로 6MW를 설치하려면 86억원의 예산을 투입해야하지만, 민간사업자를 활용해 대여사업을 벌이면 정부의 재정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결과는 기대에 한참 못미치는 수준이다. 정부는 올해 시범사업격으로 최대 2000가구에 가정당 3kW 규모의 태양광 설비를 대여방식으로 설치하겠다고 했지만, 현재 계약이 체결된 가구는 55곳이 전부다. 용량으로는 165kW다.

전남도시가스관계자는 “당초 사업을 준비하면서 기대했던 바와 달리 계약 체결이 쉽지 않다”며 “여러 가지 문제들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요층 발굴 한계…사업대상자도 ‘외면’

정부가 추진하는 태양광 대여사업은 월 평균 전력소비량이 550kW 이상인 가정이 대상이다. 매달 전기요금으로 17만원 이상을 지출하는 가구만 태양광 설비 대여를 신청할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전체 국민 중 이 정도 전기요금을 내는 가구는 채 2%도 되지 않는다. 게다가 매달 전기요금을 17만원 이상 내는 가구는 대체로 형편이 넉넉한 편이라, 태양광을 설치한다면 대여보다는 차라리 구입을 택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시범대여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업계 관계자는 “문의전화는 많이 와도 대부분 월 평균 전력소비량이 450kWh 내외라 사업대상 자체가 안 된다”며 “어떤 가구가 550kWh 이상을 쓰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수요자 발굴에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쩔 수 없이 부유한 동네를 중심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데, 한 달 전기요금으로만 17만원 이상 씩 낼 여력이 있는 가구에서는 전기요금이 얼마나 나오는지,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지 등에 일절 관심이 없다”며 “있다 해도 복잡하게 12년간 대여료를 내기 싫어하고 그냥 자부담으로 설비를 구입하겠다고 하는 형편”이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대여사업에 관심이 있는 가구와 실제 사업 대상가구가 엇나가다보니, 정작 태양광 설비를 빌려 전기요금을 줄이고 싶어 하는 가구는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번 시범 대여사업 대상에서 제외된 550kWh 이하의 사용자는 정부의 태양광 보급사업인 ‘그린홈 100만호’ 사업을 이용하면 420만원의 태양광 설비 설치 보조금을 받을 수 있지만, 나머지 500만원은 한 번에 마련해야하기 때문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대여사업을 활용해 매달 10만원이 안 되는 비용을 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에스에너지 관계자는 “실제로 우리 집은 왜 안 되냐는 문의 전화도 많다”며 “사업기준을 550kWh 이상 사용가구에서 450kWh 이상으로만 늘리면 사업대상이 전체 인구의 1.2%에서 40%로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심창호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보급실장은 “올해는 시범사업이기 때문에 드러나는 문제들을 검토하고 보완할 계획”이라며 “대여사업자들이 수요자 발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문제 등을 포함해 각종 보완대책을 마련한 뒤 내년에는 대여사업이 더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