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에 대한 철근(가공물량) 공급중단 위기가 철근가공업계의 파업을 하루 앞둔 19일 오후 극적으로 해결됐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 제강사가 철근가공업계의 단가인상 요구를 수용하면서 가공업계가 총파업을 접은 것이다.

　지난 18일 총회에서 94%(50개사 중 47개사)의 찬성률로 20일부터 총파업에 나서기로 의결한 철근가공협동조합은 19일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대한제강 등 주요 제강 3사가 ‘가격 인상안을 받아들이겠다’라는 입장을 전해옴에 따라 파업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이날 제강업체 주요 임원진은 이성진 철근가공협동조합 이사장 등과 직접 접촉 또는 전화통화 등을 통해 인상 요구안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강업계는 현행 가공단가인 t당 약 3만원에서 인건비·설비비·운반비 등 원가 상승분을 감안해 2만원 가량 높여주겠다고 제시했다.

　제강업계 관계자는 “건설사 대상 철근 공급분의 경우 제강업계도 회전율을 유지하기 위해 수개월째 적자를 무릅쓰며 공급하는 실정”이라며 “이 같은 상황에도 상대적 약소업계인 가공업체에까지 손실을 이전시킬 수는 없다고 판단해 대의적으로 단가 인상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철근을 직접 구매하는 철근콘크리트 등 전문건설업계와 일부 대형건설사도 지난주 조합의 가격 인상요구를 수용하는 쪽으로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진 철근가공협동조합 이사장은 “제강업계가 다소 늦었지만 가공업계의 생존위기를 인식하고 단가 인상을 받아들이겠다고 제시, 20일 예정했던 파업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며 “다만 현재까지 기준단가에 관해 제강·건설업계와 구두로 합의한 만큼 이달까지 보다 명확한 답을 얻는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총파업이 무산되면서 전국 건설현장에서 우려돼온 조업차질 우려도 사라지게 됐다.

　한편, 동국제강 등 일부 대형제강사는 철근가공 사업장을 보유하고 있지만 전체 수요의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건설업계도 현장에서 직접 철근을 가공할 수 있지만, 비용이 두배 가량 드는 것은 물론 공장부지와 설비 등을 갖추는 데만도 최소한 1년 반 이상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적절한 대응책을 찾지 못한 실정이었다.

　박우병기자 mj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