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ICT를 활용한 수요관리 대책을 지난 8월 내놓으면서 그동안 실내온도를 제한하거나 대형 수용가의 절전을 촉구하는 등 단순한 방법으로 진행됐던 수요관리 방식도 크게 바뀔 전망이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내년 하반기에 새로운 지능형 수요반응(DR) 정책이 만들어질 전망이다. 한전도 최근 밝힌 6500억원 규모의 ESS 공급사업에서 86억원 정도를 전력피크 감소용으로 사용할 계획이라 앞으로 보다 신뢰할 수 있는 수요자원들이 편입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력거래소는 지난해 시범사업을 시작한 지능형 DR 정책을 정부의 ICT를 활용한 수요관리 대책에 맞춰 개편할 계획이다. 가장 큰 변화는 그동안 전력기반기금을 근간으로 추진했던 지능형 DR이 시장기반으로 바뀐다는 점이다. 기존 지능형 DR은 수요자원들이 감축한 전력량에 대한 인센티브를 전력기반기금으로 보상받아 왔다. 단순한 지원 차원의 사업이었다는 게 전력거래소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새로운 지능형 DR 제도가 실시될 경우 수요관리에 참가한 자원들은 전력거래시장으로 편입된다. 이를 통해 수요자원들이 발전자원과 동등한 취급을 받게 된다. 이 경우 전력시장 내 용량정산금과 전력공급비용이 하락하는 효과를 동반할 것으로 전력거래소는 기대하고 있다. 발전비용 회피와 연료비 인하로 인한 편익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기존에는 기반기금을 통해 지급했던 절전 인센티브가 전력시장에서 발생하는 편익에서 일부 제공하는 형태로 바뀔 전망이다. 단 발전자원 수준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전력거래소와 계약한 만큼의 수요관리를 시행하지 못할 경우 강력한 패널티도 부과된다. 단순한 지원사업에서 벗어나 전력시장 메커니즘 속에서 지능형 DR의 역할을 만들고, 아울러 발전 위주로 운영됐던 전력시장에 수요관리라는 선택지를 제공하는 방안이다. 한전도 최근 발표한 6500억 규모의 ESS 공급사업에서 일부를 전력피크 감소 용도로 사용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한전은 내년 20억원 정도의 피크절감용 ESS 공급을 시작으로 5년 동안 86억원 정도의 ESS를 피크절감 용도로 활용할 예정이다. 새로운 지능형 DR 정책의 등장과 ESS 보급 활성화 등으로 인해 앞으로 수요관리 시장에 등록된 수요자원들의 신뢰도가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수요관리의 경우 자원들이 선택적으로 절감을 시행했기 때문에 급전명령이 내려지는 즉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발전자원과 비교할 때 신뢰도가 부족했다. 그러나 전력시장에 수요자원이 참가하며 전력거래소와 계약한 용량만큼을 의무적으로 입찰해야 하는 신뢰성 자원이 만들어져 보다 신뢰도가 높아지게 된다. 다만 이 같은 새로운 형태의 지능형 DR 서비스가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현재 국회에 상정된 전기사업법 개정안의 통과가 선행돼야 한다. 이번 개정안에는 부하관리사업자를 발전사업자로 인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밖에도 한전과 가천대학교, 가전업계가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 ‘지능형 가전 표준’ 역시 ICT를 활용해 수용가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체 전력사용량의 대부분이 가전기기에서 발생하는 가정용 전기를 보다 알뜰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