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변동비 반영시장(CBP)의 개선 방향으로 제한적 가격입찰 허용, 용량요금의 현실화와 체제개선, 발전
·판매의 재무적 안정화장차 개선, 실시간 시장 도입 및 지역별 가격제 도입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산업조직학회(회장 김영산)는 7일 전력거래소와 학계 교수진 등 국내 전력산업의 주요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전력산업 구조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새 정부 출범에 따른 바람직한 전력산업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자 민간발전협회(회장 이완경)가 산업조직학회에 의뢰, 약 9개월 간에 걸쳐 진행됐다. 연구 용역은 김광인 숭실대 교수를 책임자로 김대욱·조성봉 숭실대 교수와 김영산 한양대 교수가 참여했다.
이번 연구의 책임자인 김광인 숭실대 교수는 2001년 전력산업구조 개편 시 시장 설계를 담당한 대표적인 국내 전력시장 전문가다.
이날 김광인 교수는 전력산업 구조용역 최종 발표회에서 국내 전력시장의 구조적 특성을 ‘전력거래 가격이 하루 전 수요 예측과 발전기별 연료비만 반영하는 시장’이라고 정리하고, 이러한 특성으로부터 전력거래 가격 결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발전기별로 연료비의 차이가 매우 크고 거래 가격을 결정하는 발전기가 전력공급설비의 여유분을 의미하는 예비율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이 예비율이 낮을 때에는 거래가격이 높아지지만, 예비율이 어느 정도 높아지면 반대로 매우 낮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현행 전력거래 제도에 대해서는 소비자 전기요금이 정책적으로 억제되는 한전과 발전사업자간 수익 리스크 분담의 불균형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도입한 정산조정계수 및 상한가격제를 비롯한 다양한 가격 규제 정책은 국제연료가격 상승에 따른 공급비용 증가분 반영이라는 근본적 문제 해결은 외면하고, 소비자 요금의 조정을 회피하기 위한 단기 처방 위주로 진행됨으로써 전력시장에 많은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바람직한 전력산업 구조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장기 전력거래 가격 전망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이 정부의 6차 전력수급계획을 기초로 현재와 같은 시장 구조가 지속될 경우에 대한 중장기 거래가격을 예측한 결과 현재 1㎾h당 약 150원 수준인 평균전력거래 가격이 2014년 이후부터 급격히 하락해서 2020년에는 지금의 절반 수준인 80원 대로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 경우 LNG 복합발전기는 운전되는 시간에도 지금과 같은 연료비 차익이 발생하지 않고, 겨우 연료비만을 회수하는 수준으로 거래가격이 형성돼 투자비 회수가 거의 불가능하게 된다.
또한, 김 교수는 앞으로는 예비율이 계획보다 많이 낮아진다고 하더라도 LNG 복합발전기의 수익성이 별로 개선될 수 없는 이유를 연구를 통해 밝혔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는 발전사업자 특히, LNG 복합화력 발전소만 운영하고 있는 민간 발전회사뿐만 아니라 앞으로 LNG 복합화력 건설을 통해 안정적 전력수급을 달성해야 하는 정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광인 교수는 “현재 빠듯한 전력수급 상황에서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민간 발전기에 대해 단기적인 관점에서 가격 규제를 통해 수익을 억제하려는 정책은 미래에 매우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행 전력시장이 갖고 있는 구조적 한계점과 그에 따른 대책으로 ‘가격을 통한 시장 기능의 강화’를 제시했다.
김광인 교수는 “전력거래 가격이 전력 수요와 설비 투자에 대한 시그널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시장은 가격 신호에 따라 수요와 공급의 무한 반복적 조정 과정을 거쳐 최종 균형에 도달할 때 가장 효율적이지만 현재 전력공급은 가격과는 무관하게 정부가 전력수급계획 평가를 통해 과도하게 규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현재 소비자 전기요금의 결정에 경제적인 논리보다는 정치적인 논리가 앞세워지고 있다는 것을 지적한 것.
또한 환경문제나 송전선로 건설과 같은 전력산업 핵심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LNG 복합발전소의 역할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이의 신규투자가 어렵게 하는 방향으로 전력시장이 변화되고 있는 점도 문제점으로 제기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김 박사는 전력수급계획을 통한 정부의 과도한 규제를 완화하고, 시장 개설 이후 한 번도 조정되지 않은 용량요금 수준의 현실화 및 용량요금 지급체계의 재설계를 통해 적절한 신규투자를 유인할 필요성이 있음을 강조했다.
또한, 한전과 발전회사간 리스크 불균형 문제에 대해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차액계약제(Vesting Contracts) 도입을 원칙적으로 찬성했다.
김 교수는 “계약 당사자가 한전 뿐인 상황에서 공정한 계약 체결을 기대할 수 없다”며 “정부 등 제3의 중립적 기관이 전 과정을 중재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하루 전 시장이 갖는 한계점을 극복하고 스마트그리드 체제 도입 등을 위해서는 미국 PJM과 같은 실시간 시장을 도입해 현재의 하루전 시장과 병행운영을 해야 한다”며 “발전사업자가 제출한 연료비만을 기준으로 가격이 결정되는 모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일정 범위 내에서 실제 원가 이상이나 이하로 입찰할 수 있는 ‘제한적 가격입찰제’ 도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용역을 발주한 민간발전협회 관계자는 “이번 연구는 6차 전력수급계획을 기초로 장기 전력거래 가격 추정을 통해 향후 안정적인 전력수급이라는 거시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밝혔다.
또한 “현실은 최근 몇 년간의 민간 발전사 수익 문제와 한전의 누적 적자문제를 이유로 일부 야당 의원은 전력거래 가격 규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며 “이런 상황 속에서 모든 시장 참여자의 이해를 충족시킬 수 있는 장기적 관점의 효율적 전력시장 구조를 설계해야 하는 전력거래소와 산업부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에너지 자원이 전무한 상황에서 모든 이해관계자는 바람직한 전력산업 구조는 효율적 자원 사용과 안정적인 수급을 통한 경제성장 기여라는 대의를 달성할 수 있을 때만 그 정당성을 국민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다는 기본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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