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억 이상 공공건축설계 공모방식 의무화 추진

설계와 기획 분리…책임건축사제도 도입도 제안

- 건축설계산업 육성방안 공개토론회

　건축설계산업의 디자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2억3000만원 이상 공공건축 설계에 대해 공모 방식이 의무화될 전망이다.

　또 공공건축을 위한 기획 업무를 설계 업무로부터 분리해 별도 예산ㆍ대가를 반영하고,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건축사의 권한과 의무를 대폭 확대할 수 있도록 책임건축사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국토교통부와 건축 전문가들은 30일 건축사회관 대강당에서 ‘건축설계산업 육성방안’에 대한 공개토론회를 열고, 국내 건축설계산업을 세계 5위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실행방안을 제안했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8월부터 산ㆍ학ㆍ연 TF팀을 9개 분야로 나눠 운영해왔다.

　‘육성방안’은 발주기관 선택의 폭을 넓히면서 디자인 능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공공건축설계 입찰에 공모방식을 대거 도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2억3000원 이상, 또는 1억원 이상으로 공모 의무적용 범위를 정하고 그 이하에서도 다양한 공모방식을 채택하도록 했다.

　또 건축산업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건축사업의 기획 업무를 강화하는 한편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급하도록 하고, 건축사사무소의 대표 외에 실제 설계를 주관하는 책임건축사에게 권한을 부여하도록 한 점도 눈에 띈다. 이밖에 건축설계산업 성장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안, 신진 건축사들이 성장하고 해외로 진출할 기반을 마련하는 방안도 두루 담겼다.

　김상문 국토부 건축정책과장은 “실행방안은 학계와 업계 전문가들이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 산업 차원의 발전방안을 제시한 것이지만 일부 이견도 제시되고 있어 아직 정부안이라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의견수렴과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확정한 뒤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제정안에 반영해 올 연말께 입법예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건축설계산업 육성방안 담긴 내용은?

△공공건축 설계에 공모방식 대폭 확대

　먼저 발주방식과 관련, 산ㆍ학ㆍ연 TF는 2억3000만원(고시금액) 이상의 공공건축 설계에 공모 방식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한 2억3000만원 이하는 공모 방식과 사업수행능력평가(PQ) 방식 중 선택하도록 하되 제안공모방식, 2단계 설계공모 등 공모 방식을 다양화하도록 추천했다. 제안공모방식은 완성된 설계안이 아닌 아이디어와 기술제안만으로 설계자를 선정하는 것이고, 2단계 설계공모는 1단계에서 아이디어 또는 기술제안서 심사를 실시한 뒤 2단계로 설계안을 제출받는 방식이다.

　TF 관계자는 “이렇게 하면 발주기관과 공모 참여자의 부담을 줄이고, 사업 특성에 맞는 공모 방식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며 “디자인과 기술력이 뛰어난 설계자를 선정할 수 있고 창의적인 공공 건축물이 많이 지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설계기술력 향상을 위해서는 되도록 많은 용역사업에 공모방식을 적용해야 하고 그러러면 2억3000만원이라는 고시금액 기준이 지나치게 높다는 평가도 나온다.

　연구를 맡은 이충기 서울시립대 교수는 “최근 6년간 발주현황을 살펴보면 고시금액 미만의 용역이 전체의 60% 정도를 차지한다”며 “설계공모 의무화 대상을 고시금액 이상으로 하되 1억원 이상 사업을 사업계획서 검토 대상으로 정해 간소화된 공모방식을 유도하는 방안도 유력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아울러 “설계공모 우선적용 대상 용역비 규모를 1억원 이상으로 정하는 한편 1억원 이상~고시금액 미만에 대해서는 제안공모방식 적용을 유도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TF는 설계공모에 대해 공모기간(90일 이상), 입상작에 대한 공모안 작성비용 보상기준(총사업비 예산의 1.0%), 제출물 간소화(CGㆍ투시도 및 조감도ㆍ도판ㆍ모형 등 금지), 심사위원 자격 및 평가결과 공개 방안 등을 담은 ‘설계공모 운영지침’ 개정안도 제시했다.

△기획업무 부실화 방지ㆍ적정 대가 지급

　지금까지 각종 건축사업에서는 설계 이전의 기획업무가 부실하게 진행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기획업무는 설계 발주를 위해 건축주가 목표로 하는 결과를 사전에 예측하고 필요한 설계조건들을 체계화하는 작업을 가리킨다. 대다수 발주처는 기존 유사 건축물의 사례를 본뜨거나 건축설계업체에 관련 업무를 보수 없이 떠맡기면서 결과적으로 건축사업의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산ㆍ학ㆍ연 TF는 지식기반의 산업구조 정립을 위해 기획 업무를 설계와 제도적으로 분리하고, 특히 공공건축 사업에서는 설계 전에 기획업무 수행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협상 또는 입찰에 의해 사전에 기획용역이 진행되고, 이어 설계용역이 진행되면 각각의 업무가 내실있게 진행될 수 있다는 논리다.

　TF는 또 설계 대가기준에 대해서는 현행 공사비요율방식을 전면 개선해 인건비승수방식 도입, 건축설계대가기준 요율 인상 등을 추진하고 동시에 실비정액가산방식에 적용 가능한 대가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TF 관계자는 “도로나 철도ㆍ댐과 같은 토목구조물은 기능이 한정적이고 설계표준화 정도가 높지만, 건축물은 기능이 다종다양하고 기능과 규모에 따라 공간형태, 구조형식, 재료 등 변화 폭이 크다”며 “따라서 실비정액가산방식을 원칙으로 하되 세부적인 업무항목별 투입인원수 산출기준을 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별도 대가기준을 마련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육성방안은 또 다양한 표준계약서를 개발해 공공과 민간에서 두루 적용하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했다.이를 통해 공공건축 사업계획이 내실있게 이뤄지고, 일한 만큼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공정한 계약ㆍ보상 문화 정착이 기대된다고 국토부는 밝혔다.

△대표이사 아닌 책임건축사 제도 도입

　건축설계산업 육성방안 TF는 법조계의 로펌처럼 인적 자산이 중심이 되는 건축사 전문법인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했다. 지식기반형 산업구조을 정착시키고 설계산업의 성장 인프라를 구축하자는 취지였다.

　이를 위해 TF는 기존 건축사법인을 전문법인으로 전환하는 방안, 기존 건축사법인을 양성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했지만 현실적으로 ‘책임건축사 제도’만 도입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책임건축사 제도는 실제 설계업무를 맡는 담당건축사를 지정해 대표의 권한과 의무를 행사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대표가 아닌 소속 건축사의 권한과 의무를 확대하면서 한편으로는 젊은 건축사들의 제도권 진입을 촉진하는 방편이 될 전망이다.

　이밖에 TF는 건축사공제조합 설립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 정부 위탁사업에 대해 예산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 공공건축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사업, 건축정보시스템 및 ‘건축정보플랫폼’ 구축 방안, BIM(건축정보모델링)을 활성화하기 위해 일정규모 이상 건축물 준공 때 BIM 제출을 의무화하는 방안, 건축설계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전담지원조직 구축 방안 등을 제안했다.

신정운기자 pe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