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주요건 세분화 등 개선 필요

공공분야의 긴급입찰이 예외적으로 활용되기 보다는 보편적 입찰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는 사전 정보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이한구 의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조달청이 발주한 시설공사에서 긴급입찰이 적용된 비율은 건수기준 63.9%(1만823건), 금액기준 60.4%(41조2908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일반입찰이 적용된 시설공사는 건수기준 32.5%(5495건), 금액기준 32.6%(22조2964억 원)에 그쳤다. 특히 2011년부터 건수기준 긴급입찰의 비중은 다소 낮아지고 있지만, 금액기준 비율은 70%대를 넘어서고 있어 긴급입찰 규모가 대형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긴급을 요하는 경우로 제한돼 있는 긴급입찰이 조달청 시설공사에서 과다하게 남용되고 있다”며 “이는 사전에 입찰정보를 획득하는데 있어 경쟁력이 있는 대기업에 대한 특혜로 이어질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대기업의 경우 입찰관련 전문부서가 따로 만들어져 있어 우수한 정보력과 기술력 등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짧은 입찰기간이라 하더라도 대응을 할 수 있어 중소기업보다 입찰을 따내기가 매우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이에 반해, 사전 정보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의 경우 준비기간이 짧으면 입찰을 제대로 준비하기조차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은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에 불리할 가능성이 큰 긴급입찰이 남용되고 있는 이유는 이를 통제할 제도적 장치가 미비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긴급입찰의 근거 규정은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35조(입찰공고의 시기)에 명시돼 있다. 관련조항에 따르면 긴급을 요하는 경우 입찰서 제출마감일의 전일부터 따져 5일전까지 공고할 수 있다.

협상에 의한 계약은 입찰서 제출마감일 전일부터 40일전까지 공고해야 한다. 하지만 긴급을 요하는 경우는 10일전까지 공고하는 게 가능하다.

이와 관련, 이 의원은 “근거규정에서 ‘긴급을 요하는 경우’라고만 명기하고 세부요건을 적시하고 있지 않아 신속한 처리를 바라는 발주기관에서 이를 오남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발주기관에서 긴급입찰 진행을 요구할 때 이 사안이 긴급을 요하는 경우에 해당되는지에 대해 조달청이 판단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긴급입찰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긴급입찰의 요건을 세분화하고 조달청이 긴급입찰 적용 여부에 대해 판단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