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건설경기의 최대 변수로는 건설공기업들의 발주계획 이행 여부가 꼽힌다.

　대한건설협회가 분석한 7월말 누적수주액을 보면 국영기업체(정부, 지자체 산하 공기업) 공사수주액은 4조7452억원으로 전년동기(8조4635억원)보다 43.9% 급감했다. 한국전력 및 산하 발전자회사의 감소폭이 89.9%로 가장 컸고 SH공사(-88.6%), 한국수자원공사(-74.0%), 한국도로공사(-63.5%), LH공사(-19.4%) 순이다.

　1년 이상 이어진 두자릿수 월간 수주액 감소의 원인 중 하나가 정부의 재정조기집행 기조와 어긋난 건설공기업들의 발주 지연 탓이란 게 건협의 지적이다.

　이날 동향점검회의에서 나온 건설산업정보센터의 분석치도 비슷했다.

　센터가 집계한 4대 건설공기업의 올해 발주계획 물량은 17조7000억원 규모이며 계획상 상반기 6조6000억원, 하반기 11조원1000억원을 집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8월말 기준으로 공사대장에 등록된 발주현황을 점검한 결과 전년동기 대비 18.4%가 감소했다.

　이홍일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작년 건설수주액이 당초 예상한 110조원대가 아니라 101조5000억원에 머문 주된 원인 중 하나가 바로 매년 되풀이된 건설공기업들의 밀어내기 발주가 작년에는 아예 실종됐기 때문이며 올해도 이런 현상이 되풀이된다면 올해 연간 수주액 90조원대도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집행계획이 예정된 물량은 어려운 시장상황을 고려해 패스트트랙 방식으로 빠르게 집행하고 근본적으로는 국민 삶의 질 향상과 생활인프라 구축을 위해 최소한 현 수준의 공기업 투자액은 유지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건설공사비를 책정할 때 쓰는 예정가격의 기준인 실적공사비에 대한 불만도 거세다. 최저가낙찰제 폐지 등을 통해 낙찰률을 높여봤자, 예정가격 단계에서 이미 공사비가 깎인 상태에서는 증가효과가 상쇄되기 때문이다.

　실적공사비로 인한 공사비 하락폭에 비해 공공공사의 낙찰률 개선 수준이 너무 미흡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센터가 8월말까지 집행한 공공공사의 평균 낙찰률은 최저가(74.62%)와 적격심사(87.31%)가 전년보다 0.31%포인트와 0.11%포인트 높아지는 데 머물렀다. 게다가 같은기간에 기술제안입찰의 평균 낙찰률은 95.26%에서 92.50%로 더 떨어졌다.

　턴키 낙찰률은 평균 90.83%에서 93.23%로 높아졌지만 공기업의 턴키낙찰률은 전년 90.67%에서 올해 85.77%로 급락했다.

　4대 건설공기업만 보면 턴키와 기술제안입찰의 낙찰률은 5%포인트 가량 하락(작년 86.40%, 93.20%→올해 81.40%, 89.23%)한 반면 최저가낙찰률의 증가폭은 1.68%포인트(72.54%→74.22%)에 그쳤다.

　기관별로는 작년 73.34%였던 수자원공사의 최저가낙찰률 평균치가 올해 71.74%로 최저 수준이었고 LH공사는 작년 평균 85.61%였던 턴키공사 낙찰률이 올해 77.12%까지 낮아지면서 최저가공사와 다를 바 없는 수준이었다.

　건협 관계자는 “물량감소에 적정공사비 확보까지 어려워지면서 올해 들어 9월말까지 스스로 문을 닫은 중소건설사만 740곳에 달하고 중대형건설사들은 하반기 도래할 4조5430억원의 회사채와 35조6620억원으로 추정되는 PF대출 지급보증에 신음하며 다 같이 쓰러져가는 신세”라고 지적했다.

김국진기자 jin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