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개 건설·부동산단체들이 30일 거리로 뛰쳐나와 정치권에 외칠 요구는 한마디로 주택 관련 법안들을 서둘러 처리해 민간건설경기를 살려달라는 것이다.

　민간건설을 지목한 이유는 각종 지표상 드러난 현 건설경기 침체의 진원지가 바로 주택 등 민간수주 급감세일 뿐 아니라 정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의 극심한 재정난을 고려할 때 SOC 등 건설예산 증액 요구도 과거처럼 쉽게 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민적 반발에 부닥쳐 한걸음도 나가지 못하는 민간건설의 또다른 핵심축인 SOC민자사업 현실까지 감안하면 해법은 주택 등 민간건축 경기 견인뿐이며 정부와 정치권의 과감한 규제개혁과 지원이 시급하다는 게 업계의 한목소리다.

　/올해 수주감소분 중 82.4%가 민간

　29일 국토부가 개최한 ‘동향점검 대책반 실무회의’에서 기관별로 보고한 통계치를 보면 건설경기 침체의 원인이 민간시장 부진임이 명쾌하게 드러난다.

　건설산업정보센터가 통계청이 집계한 8월말 누적수주액을 분석한 결과, 전년동기보다 줄어든 17조7000억원 중 82.4%(14조6000억원)가 민간수주 감소분이었다.

　공종별로는 주택수주의 감소폭(-6조2000억원)이 1위였다. 공공주택 수주액이 1조2000억원, 민간주택 수주액이 5조원이나 줄었다.

　센터가 분석한 올해 건설수주 감소 기여율도 민간이 82.4%로 공공(12.7%)을 7배 가량 웃돌았다. 공종별로는 주택의 수주감소 기여율이 35.2%로 가장 높았고 국민적 화두가 된 전력난에도 불구하고 올해 들어 건설수주액이 전년보다 5조3000억원이나 급감한 발전·송전시설(기여율 30.0%)과 민간설비투자 위축의 직격탄을 맞은 기계설치공사(기여율 12.2%)가 뒤를 이었다.

　센터가 분석한 통계청 수주액이 전년도 실적 상위 54% 건설사를 대상으로 한 점을 고려해 전체 건설사를 대상으로 한 대한건설협회의 수주감소액 세부내역을 따져보면 민간수주 의존도는 거의 절대적이다.

　올해 8월 누적수주 감소액(16조5771억원) 중 민간수주 비중이 97.9%(16조2297억원)였기 때문이다. 이는 중소건설업체일수록 관급공사 감소보다 민간공사 감소에 따른 충격이 더 컸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건협은 분석했다.

　/올해 연간·내년도 경기도 민간이 좌우

　올해와 내년의 건설수주액 전망치는 90조원대 초·중반(GS건설경제연구소-올해 90조4000억원, 내년 91조7000억원, 전국경제인연합회·대한건설협회-올해 93조3514억원, 건설산업연구원-올해·내년 각 90조~95조원 수준)이다.

　어느 수치를 인용하든, 올해와 내년의 수주액은 2002년(83조1000억원) 이후 11년과 12년 만의 최저치다. 2004년의 가장 낮은 연간수주액(94조6000억원)을 달성하기에도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기 때문이다.

　올해와 내년 수주액 부진전망의 이면에도 민간수주액이 2002년(52조3000억원) 이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50조원대로 추락할 것이란 기관별 전망이 자리한다.

　올해 민간수주액은 건협·전경련이 58조5306억원, GS건설경제연구소가 55조3000억원으로 분석했고 건산연도 55조원 내외로 보고 있다(11월6일 전망 예정). 내년 민간수주액은 GS건설경제연구소가 57조5000억원으로, 건산연도 이와 비슷한 수준에서 전망치를 조율 중이다.

　민간건설 수주액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에 사상 최대치인 90조8000억원을 기록했지만 2008년 78조2000억원, 2009년 60조2000억원, 2010년 65조원, 2011년 74조1000억원, 작년 67조4000억원에 이어 올해와 내년에는 50조원대에 머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민간수주액이 50조원대에 머문 것은 전체 수주액이 83조1000억원에 그친 2002년(민간 52조3000억원) 이후 처음이다.

　주택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가장 중시하는 일자리 창출 효과만 해도 제조업을 능가하는 게 건설이고 건설 중에서도 가장 높은 게 주택”이라며 “주택현장이 늘어야 건설현장의 일용직 근로자는 물론 가구·이사·인테리어·도배업자와 부동산중개업자 등 밑바닥 서민층들이 살아갈 터전을 확보할 수 있다. ‘말뿐인 부동산대책’의 악순환 고리를 정치권이 끊지 않으면 1000만명 이상 국민의 생계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국진기자 jin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