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건설관련 예산을 축소할 경우 업체의 경영난 및 실업자 양산을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저성장 시대 일본 공공 건설투자 변화와 시사점’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통해 건설관련 예산 감축 시 파급효과에 대해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복지관련 공약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내년부터 2017년까지 SOC 예산 11조6000억 원, 주택분야 예산 9조5000억 원 등 건설관련 예산을 지속적으로 감축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보고서는 장기간 건설관련 예산을 축소할 경우 어떠한 효과가 나타나는지 2000년 전후 우리나라와 비슷했던 일본의 사례를 통해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1999년까지 일본의 공공 건설투자 규모는 30엔∼35조엔 대였다. 이는 1980년대보다 약 30∼40% 증가한 것으로 일본은 침체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투자규모를 늘리게 됐다. 그러나 1990년대 하반기부터 일본의 건설관련 예산은 10년 연속 줄었다. 경제체질 변화를 위한 개혁과 재정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

실제로 공공 건설투자는 1998년 34조 엔에서 2008년에는 15조엔을 기록해 1990년대 후반의 절반 이하로 위축됐다. 

이 같은 투자 감소는 업체 부도와 실업자를 양산했으며, 장기적으로 투자가 10년 이상 하락해 경제의 저성장 기조를 심화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공 건설투자 하락은 중소업체의 구조조정을 촉발해 1999년 60만 개였던 건설사는 2011년 48만개사로 줄었으며 매년 약 1만 여개의 업체가 사라졌다.

업체 규모별로 보면 자본금 200만 엔 이하 영세 건설업체와 1000∼5000만 업체가 가장 많이 감소했다. 특히 이들 업체는 지방 중소업체 중에서 다소 규모가 있는 업체들이어서 지역경제가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보고서는 건설업 취업자 동향에 대해서도 다뤘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건설업 취업자는 1990년대 민간 건설투자 위축에도 불구하고 상승해 공공부문의 일자리 창출을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버블 붕괴 이후 1991부터 94년까지 제조업은 고용을 54만 명 축소한데 반해 건설업은 51만 명의 고용을 창출했다. 이로써 건설업은 다른 산업에서 방출된 젊은 노동력을 흡수해 실업률 상승을 크게 억제했다.

그러나 민간투자 위축이 지속되고 일정부분 완충작용을 했던 공공부문까지 감소해 결국 건설업 취업자 수도 줄어들게 됐다. 구체적으로 1997년 685만 명에서 건설업 취업자 수는 2011년 497만 명을 기록, 15년간 188만 명 감소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공공건설투자 추이는 일본과 다르지만, 건설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재정 건전성 문제로 공공건설 투자를 조정하려는 움직임은 2000년 전후 일본의 상황과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보고서는 최근 양국의 재정상태를 비교 분석했다.
우선 한국의 GDP 대비 정부부채는 2011년 36.2%에서 2012년 35.1%로 소폭 하락했다. 단순히 비중만 놓고 본다면 200%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일본에 비해 재정 건전성이 높은 편이다.

그러나 2002년 정부부채 비중이 19.2%였던 것을 감안하면 10년 간 2배 가까이 성장해 일본 못지않은 성장추이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공공기관의 부채를 관리하고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려는 정책방향은 1997년부터 일본이 진행한 흐름과 유사하다.

박철한 건산연 책임연구원은 “최근 국내 건설업체들은 수익률 10년 내 최저치이고 민간수주가 13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한계 상황에 직면해 있어 내년부터 건설관련 예산이 감소할 경우 일본의 사례와 같이 부정적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장기적으로 공공 건설투자가 감소하는 환경에서 살아남은 업체들은 보수 경영 및 비용 감축 등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힘썼다”며 “국내 업체는 시장 축소에 대응한 일본 업체들의 생존을 위한 노력을 벤치마킹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