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과도한 시장성 차입 의존 기업에 대해 선제적으로 구조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일부 건설사들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은행권 차입 등 간접금융시장의 문턱이 높아진 탓에 올 들어 적지 않은 건설사들이 시장성 차입을 통해 자금조달에 나섰기 때문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동양그룹 계열사의 법정관리 신청을 계기로 회사채나 기업어음(CP) 등 시장성 차입을 통해 연명하는 기업들의 구조조정 방식을 전환하는 내용의 관련 규정 개정에 착수했다.

　과도한 시장성 차입 기업에 대해 은행 주도로 선제적인 구조조정에 나서 동양 사태의 재발을 막겠다는 복안이다.

　금감원은 “시장성 차입금에 의존하는 기업의 경우 금융기관 주도 하에 선제적 구조조정을 하도록 관계 기관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 들어 시장성 차입 의존도를 높여온 일부 건설사들이 구조조정 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올 들어 예금취급기관의 건설업 대출금은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말 기준 예금취급기관의 건설업 대출금은 45조2152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 말(45조9520억원)에 이어 좀처럼 45조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건설경기 침체로 건설사의 자금난이 지속되면서 예금취급기관이 건설업의 신용위험을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유지해 대출을 옥죄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금융시장의 사정이 이렇다보니 건설사들은 시장성 차입에 기대고 있는 실정이다.

　여전히 시장에서는 건설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얼어붙어 있지만 당장 자금사정이 급한 건설사 입장에서는 높은 이자비용을 지급하더라도 시장성 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지난 한 달 동안에만 롯데건설(2900억원), 대우건설(2000억원), 두산건설(1000억원), 동부건설(500억원), 태영건설(300억원), 한양(200억원) 등이 회사채 발행을 통해 운영자금 및 차환자금을 마련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선제적 구조조정 대상이 될 정도로 시장성 차입이 많은 건설사가 많지는 않은 것으로 본다”며 “다만 시장성 차입이 많은 건설사 중 신용등급 BBB 업체의 경우 구조조정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박경남기자 k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