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가격을 사이에 두고 건설사와 제강사의 대치가 장기화하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로 건설사는 물론 제강사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철근 원료인 철스크랩(고철) 가격 반영 시점에 대해 양측의 입장 차가 커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건설사 구매조달 담당자 모임인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는 25일 오후 3시 서울 강남구 논현동 소재 건설회관에서 9월 정기총회를 개최한다.

　건자회는 이날 총회에서 제강사와 타협점을 찾지 못한 철근 단가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 제강사는 지난 8월에 7월 철근 가격을 6월 대비 t당 1만원 인하하고, 8월 가격은 7월 대비 t당 2만원 인상하겠다고 건설사에 통보했다.

　그러나 건설사들은 제강사들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7월과 8월 제강사들이 납품한 철근에 대해 결제를 미루고 있다.

　건설사들의 요구는 7월 가격을 6월 대비 t당 2만원 내리고 8월 가격은 동결하라는 것이다.

　이 같은 대치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철근 제조원가 변동과 이를 제품가격에 반영하는 시점에 대해 양측의 견해 차이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제강사들은 전기요금과 철스크랩 가격 상승으로 철근 제조원가가 올랐기 때문에 제품가격 인상도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건설사들은 철스크랩 가격의 반영이 ‘아전인수’ 격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제강사에 대한 불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 제강사 관계자는 “올해 1∼3월 철스크랩 가격이 t당 4만원 올라갔다”며 “이때 인상분은 철근가격에 반영하지 못했고 4월부터 철스크랩 가격이 빠지면서 오히려 5월에 철근가격을 t당 2만원 낮췄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건설사 관계자는 “철스크랩 가격 인하분을 반영해 6월에 t당 1만원을 내려달라고 요구했지만 제강사가 어려움을 호소해 대승적 차원에서 양보한 바 있다”며 “연초 철스크랩 가격 인상이 반영되지 못한 것은 수급 및 시장 상황이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25일 열리는 건자회 총회에서는 건설사들의 의견 취합이 이뤄지겠지만, 합의안이 도출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제강업계에서도 이번에는 양보할 수 없다는 강경기류가 흐르고 있다.

　게다가 양측 모두 업황이 최악의 수준에 달했기 때문에 양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 단일 기업 간 협의나 결제 거부 반복, 공급 중단까지로 치달을 수 있다.

　그러나 극적 타결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분기별로 세금계산을 해서 신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10월까지는 철근 결제가 이뤄져야 한다.

　대외적으로는 양측이 강경책을 표방하고 있지만, 별도의 타협점을 찾을 수도 있다. 업계에서는 양측이 기존 입장만 고수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타협안이 오가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도 가격을 사이에 둔 적대적인 관계의 이면에는 오랜 기간 지속한 파트너 관계도 공존하기 때문에 파국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건설사 관계자는 “당장 결론이 나지는 않겠지만 이번 주가 가격 협상의 D-Day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정석기자 j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