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해도 정부가 제공하는 정책적 지원은 한동안 계속된다. 또 중견기업에 대한 R&D투자가 2017년까지 5% 수준으로 확대되고, 총 7000억원 규모의 중견기업 전용펀드가 새로 조성되는 등 중견기업 육성을 위한 맞춤형 지원책이 시행된다. 정부는 17일 열린 ‘제20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중견기업 성장사다리 구축방안’을 발표하고, 중소기업을 중견기업을 넘어 대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 지속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이번 방침은 그동안의 정부 정책이 ‘중소기업은 지원·보호하고, 중견기업은 지원대상에서 배제한다’는 식으로 흐르면서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한 단계 도약하려는 의지를 스스로 꺾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실제 현행 규정 상 중소기업이 성장해서 중견기업군으로 묶일 경우 77개 정부 지원혜택이 축소되거나 일시에 사라지는 반면 대기업과 동일하게 취급돼 20개의 새로운 규제를 따라야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나라의 중견기업 숫자는 대기업 계열사(1512개)보다 적고, 비중 역시 독일, 일본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칠 정도로 매우 취약하다는 게 정부의 분석이다. ▲중견기업 돼도 혜택 받는다=정부는 이에 따라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분류돼도 혜택이 지속될 수 있도록 제도를 손질키로 했다. 정부의 계획은 현재의 정책적 지원 대상을 ‘중소기업 여부’가 아닌 ‘매출액 등 성장정도’에 따라 구분하고, 매출 5000억원 미만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성장단계에 따라 차등화된 맞춤형 지원책을 제공하는 것이다. 또 공공구매 시장에서의 퇴출로 인한 경영악화를 막기 위해 매출 2000억원 미만의 중견기업에 한해 중소기업 졸업 이후 3년까지 중기 간 경쟁시장 참여가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대기업과 동일하게 적용되던 중기적합업종제도도 다소 완화된다. 정부는 이와 함께 R&D 세액공제(공제율 8%)가 적용되는 중견기업 범위를 현행 3년 평균 매출액 3000억원 미만에서 5000억원 미만으로 확대하고, 중견기업에 대한 기업부설연구소 인정요건도 완화한다. 이 밖에도 3년 평균 매출액이 일정규모 미만인 중견기업도 하도급거래 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도급법 개정을 추진하고, 중견기업에 대한 정책금융 확대, 한국벤처투자조합의 중견기업 투자 허용 등도 시행한다. ▲중견기업을 글로벌 전문기업으로 육성=중견기업을 ‘우물 안 개구리’에서 글로벌 전문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정부 정책도 강화된다. 정부는 이를 위해 우선 R&D 확대가 필요하다고 보고, 산업부·중기청 등을 중심으로 중견기업 R&D 투자를 지난해 2.95% 수준에서 2017년 5% 수준까지 확대키로 했다. 세계적 수준의 전문기업 300개사를 육성하는 ‘월드클래스 300 프로젝트’도 완료시점을 2020년에서 2017년으로 앞당기고, 중견기업에 대한 전문연구요원 배정비율도 올해 6.8%에서 2015년에는 20%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정부는 또 해외 국부펀드 등과 협력해 총 5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펀드를 올해 말까지 조성하는 한편 중견기업 육성펀드도 올해 500억원에서 내년에 1300억원까지 확대하는 등 7000억원 규모의 중견기업 펀드를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는 특히 현재 중소기업 여부를 정하는 기준과 방식이 여러 지표 중에 하나만 충족하면 되는 ‘택일주의’ 형태이고, 중소기업 유예제도(3년)에도 제한이 없다는 게 중견기업으로의 도약을 가로막고 있다면서 앞으로 중소기업의 범위를 기업의 실질적인 성장여부로 판정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 범위개편 방안’을 올해 11월까지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판로, 기술개발 등 중견기업의 성장을 위한 특례규정과 지원근거 등을 담은 ‘중견기업 특별법’도 조속히 제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