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모듈러공법을 적용한 주택(공업화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모듈러공법 전문업체들은 관련 제도 개선이 선행돼야 공업화주택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영등포 고가차도 밑에 긴급구호용 공업화주택을 건립하기 위한 영등포 부도심권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이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통과했다고 12일 밝혔다.

　이에 따라 영등포 고가차도 하부 부지에는 16호 규모의 모듈러공법으로 지은 공업화주택이 들어선다.

　고가차도 밑이라는 특성을 고려해 이동이 가능하고 공사기간이 짧으면서 자원 재활용까지 할 수 있는 공업화주택을 선택했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시는 시범사업 결과를 보고 공업화주택의 추가 확대에 나설 예정이다.

시는 이에 앞서 지난 8월23일에는 ‘공릉동 657-7 공공기숙사 건설공사’ 입찰을 SH공사를 통해 공고했다. 이 기숙사에도 모듈러공법이 적용된다.

　그런데 10월 착공을 목표로 긴급입찰을 적용해 6일 후인 8월29일에 개찰했지만, 아직 시공사를 선정하지 못하고 있다.

　8개사가 입찰에 참여해 5개사가 적격심사 대상이 됐는데, 이 가운데 3개사는 입찰을 포기했다.

　이에 따라 2개사가 남았는데 이 가운데 SH공사가 1순위 업체에 실적에 대한 보완을 요청한 상태다. 최악의 경우 시공사를 선정하지 못하고 유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혼선은 공업화주택에 대한 정의와 실적이 명확하지 않고, 실적을 가지고 있거나 공업화주택 인정을 받은 업체가 많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공업화주택을 준공하고 인정까지 마친 곳은 포스코A&C와 스타코 등 2곳이다. 포스코A&C는 공장에서 모듈을 제작해 현장에서 쌓는 적층식공법을, 스타코는 현장에 골조를 만들고 여기에 모듈을 서랍처럼 끼워넣는 인필(Infill)공법을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군막사 등으로 범위를 넓히면 금강공업과 유창플러스 등 2곳이 실적업체로 추가된다.

　컨테이너박스 시공까지 실적으로 인정하면 실적업체는 더욱 늘어나겠지만, 공릉동 기숙사 입찰에 8개사만 참여한 것을 감안하면 실적업체는 극소수로 분석된다.

　SH공사 관계자는 “인정을 받은 업체로 제한하면 지명경쟁입찰이 되는데 SH공사로서는 최대한 공정하게 입찰을 진행해야 한다”며 “안전행정부 예규 안에서는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공법이나 실적이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는데 제대로 된 주택을 지을 업체를 선정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모듈러공법 연구개발을 꾸준히 진행해온 업체들 입장에서는 정작 실현 단계에서 배제되는 듯한 느낌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모듈러 전문업체가 맡을 수 있는 입찰방식을 요구하는 것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납품으로 보기도 어렵고, 일반건설업으로 입찰을 해도 문제가 생긴다”며 “일례로 건산법에 의하면 전기통신공사를 분리 발주해야 하는 데 공장에서 사전 제작하는 주택에 전기통신공사를 분리 발주할 수 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 “철근콘크리트주택 이상의 성능으로 기술개발을 해놨고 정부나 지자체에서도 보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제도가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정석기자 j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