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발전사들이 전력시장의 규칙을 정하는 전력거래소 시장규칙개정위원회에 참여하는 논의가 전력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사무국인 전력거래소는 민간발전사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개정위원회 참여가 사실상 위원회 수를 늘려야 하는 것인 관계로 선뜻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민간발전사들은 조만간 개최될 하반기 개정위원회 관련 실무협의회에서 위원회 확대를 안건으로 다시 한번 올릴 예정이다.

　앞서 민간발전사들은 지난 7월말 상반기 개정위원회 관련 실무협의회에서도 의견 개진을 했으나 해당 안건은 개정보류된 바 있다. 민간발전사들의 개정위원회 참여 요구는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2008년 실무협의회 멤버로 들어온 뒤 2010년부터 위원회 참여를 요구해오고 있다.

　현행 전력시장운영규칙에 따르면 개정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해 총 9인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ㆍ운영되고 있다. 이 중 거래소 회원사는 단 2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전력구매자인 한전이 그 중 한 자리를 차지하고, 발전사업자 대표로는 한전의 발전자회사(현재는 남부발전)이 돌아가면서 맡고 있다.

　민간발전사들의 논리는 간단 명료하다. 전체 전력시장에서 역할이 증대되고 있는 만큼 시장규칙 개정에도 그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민간발전의 설비용량은 2002년 8%에서 16%로 증가했으며, 거래량도 5%에서 9%로 올랐다. 무엇보다 사업자(회원수)로 보다면 무려 400개가 넘는다. 판매사업자인 한전과 발전자회사만으로는 다양한 회원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할 수 없는 까닭이다.

　특히 최근 민간석탄화력 정산조정계수 및 전력가격상한제 도입 등 전력시장규칙이 민간발전사들의 수익 제한 쪽으로 흐르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의 입장을 대변할 채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 민간발전사 관계자는 “개정위원회에 들어가 이익에 반하는 제도를 무조건 반대하자는 취지는 아니다. 새로운 제도가 도입할 경우 이해당사자의 목소리를 다양하게 들어보는 게 당연한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반면 전력거래소는 현재 운영되는 실무위원회만으로 충분하다고 여기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민간발전사들의 요구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한다”면서도, “현재 판매사와 발전사 대표가 1명씩 균형이 맞춰져 있다. 발전사 대표는 공급의 80%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한전 발전자회사를 포함시키는 게 맞다. 민간발전사의 입장은 실무협의회를 통해 반영된다. 민간발전사 요구대로 위원회수를 확대한다면 실무협의회의 존재가치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전 발전자회사가 온전히 발전업계를 대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전이 100% 주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한전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때문에 학계 등 일각에서는 민간발전사들의 요구가 상식적으로 당연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민간사업자 내에서도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간단하게 정리될 문제는 아니다. 하반기 실무위원회에서 해당 안건이 제출되면 보다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력시장운영규칙은 개정위원회에서 통과된다 하더라도 전기위원회 및 산업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정회훈기자 hoo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