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 협력사에 무이자 대출

    /자재·장비업체까지 자금 수혈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추석을 앞두고 건설사들이 하도급 업체 자금난 해소와 근로자 임금체불 방지에 힘을 보태고 있다.

　‘동반성장’과 같은 거창한 목표라기보다는 민족의 명절을 모두가 풍성하고 행복하게 보내자는 취지다.

　건설경기의 극심한 침체로 임금체불 등 문제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원사업자의 하도급 대금 조기 지급은 협력사뿐 아니라 자재ㆍ장비업체와 건설근로자 모두에게 ‘선물 보따리’가 될 전망이다.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상당수 건설사는 추석 또는 추석 이후로 예정된 기성금 지급일을 추석 이전인 12일부터 17일까지 앞당겨 지급할 계획이다.

　이미 이달 초 하도급 대금을 지급, 협력사 자금난 해소에 활력을 불어넣은 곳도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10일 2000억원 규모의 하도급 대금을 모두 지급했다.

　앞서 동반성장펀드를 통해 40억원을 대출해주는 등 협력사 자금 지원에 나섰다.

　삼성물산도 지난 5일 8월 기성분 2050억원 규모의 대금을 지급했고, 롯데건설도 지난 10일 대금 지급을 마무리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정기자금 집행기일이어서 조기집행이라고 생색내기는 그렇다. 그러나 추석 전까지 협력사에서 자금요청이 들어올 수도 있어 동반성장펀드 등 집행 현황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추석에도 2013년 1월 이후 종료예정 공사 중 계약금액의 50% 이상(선급금 미수령 업체) 남은 업체를 대상으로 총 220여억원의 기성금을 미리 지급했고, 삼성물산과 롯데건설은 하도급 대금 지급 법정기준을 최대한 단축하면서 협력사와의 신뢰를 쌓고 있다.

　SK건설은 매월 16~17일로 예정된 하도급 대금 지급 기일을 12~13일로 나흘 정도를 앞당기기로 했다.

　추석 하루 이틀전에 지급될 때에는 건설근로자까지 자금이 순환하는데 애로가 있을 것으로 판단, 지급 기일을 대폭 단축했다.

　대우건설은 일시적인 자금난을 겪는 협력사를 대상으로 무이자ㆍ무담보로 180억원을 빌려주기로 했다.

　그러나 하도급 대금 지급 기일을 앞당겨 추석 하루 전에 지급하거나 예전과 같이 지급기로 결정한 곳도 있다.

　대림산업은 매월 24일로 예정된 하도급 대금 지급 기일을 17일 이전으로 앞당길 예정이며, 한화건설도 21일이던 지급 기일을 17일까지 조정키로 했다.

　일부 기업들은 자금 문제로 별다른 조치를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장기화된 건설경기 침체로 기업신용 등에 문제가 발생할 때에는 향후 수주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협력사 지원 필요성을 공감하면서도 수천억원의 하도급 대금 지급을 앞당길 때 발생하는 금용 비용을 무시하기 어려운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건설업계는 이 같은 추석자금 조기 지급 노력이 자재ㆍ장비업체 및 건설근로자에게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건설사 관계자는 “명절은 자금수요가 많이 늘어나는 기간이다. 하도급 대금 조기 지급은 가뜩이나 침체된 건설경기에 활력소가 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협력사들이 자재ㆍ장비업체와 근로자까지 자금을 집행해주길 기대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형용기자 je8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