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공사 물량가뭄 속 수동적 수주서 벗어나

    민자제안 등 적극 발굴 SOC예산 부족 '걸림돌'

　　

　국내 공공시장 침체로 그동안 발주 공사를 도급받아 온 건설업계가 공공부문 수요를 토대로 새로운 일감을 만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9일 대형 건설업계에 따르면 4대강살리기 사업 이후 국내 공공시장이 급격히 위축됨에 따라 대형사들을 중심으로 공공부문의 수요를 조사해 민자사업을 제안하거나, 민·관이 공동 개발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역대 정부 최초로 ‘지역공약 이행계획’에 따라 민간투자사업을 활성화하겠다고 발표한 데 따른 것으로 그동안 전통적으로 일감을 수주하던 것에서 한발 나아가 일감을 창조하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건설수주액은 전년 동월 대비 10.5% 감소한 6조7412억원으로 집계돼, 작년 8월부터 무려 12개월간 두자리수 감소세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올 7월까지의 1년간 수주액만 보면 총 85조474억원 규모로, 직전 1년(2011년 8월~2012년 7월) 대비 31조6836억원이나 줄었다.

　현대건설은 최근 지사 네트워크를 통해 지방자치단체의 환경플랜트 및 항만개발 등 숙원사업을 위주로 공공 수요를 조사하며 일감 창출을 타진하고 있다.

　공공 수요가 충분한 사업의 예산 확보 상황을 파악해 사업 발주에 오랜 기간이 걸리면 해당 지자체에 임대형 민자사업(BTL)을 제안하거나 BTL과 BTO(수익형 민자사업)를 섞은 혼합형 민간투자사업을 제안한다는 것이다.

　수요는 시급하나 수익성이 떨어져 민자사업으로 제안하기 어려우면 해당 지자체와 손잡고 공동 개발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공공부문의 발주 물량이 급감하고, 적정 공사비도 지급하지 않아 국내 시장은 수동적으로 도급받아서는 경영 여건을 개선할 길이 없어 이제는 일감을 만드는 시점에 왔다”며 “지자체의 공공부문 수요를 조사해 타진하는데 정부의 재정 적자로 인한 SOC예산 부족으로 가시적인 일감을 창출하기가 쉽진 않다”고 말했다.

　대림산업도 그동안 수도권지역에 보류된 중대형 민자사업을 검토하며 민간 제안을 준비하는 등 새로운 일감 창출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밖에 다른 대형사들도 공공 수요에 기초한 다양한 복합개발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견그룹에서는 한라건설이 조만간 사명을 ‘한라’로 바꾸고, 사업 영역을 건설업 외에 유통과 제조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라 귀추가 주목된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공공시장 침체가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라 유휴 인력을 동원해 새로운 일감을 발굴하려 한다”며 “하지만 현 정부의 SOC사업을 억제하는 정책 기조가 건설업계의 ‘창조 건설’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채희찬기자 ch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