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견건설사들이 유동성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발행이 여의치 않으면서 전자단기사채 발행 한도를 설정하는가 하면 관급공사 채권을 유동화해 자금을 조달하는 등 신규 자금조달 루트를 찾아 나서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KCC건설은 최근 1000억원 규모의 전자단기사채 발행 한도를 설정했다.

　전자단기사채는 만기 1년 미만인 단기자금을 전자방식으로 발행·유통하는 단기금융상품으로 올 1월 처음 도입된 이후 꽉 막힌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의 새로운 자금조달 창구로 떠올랐다.

　CP 발행 규제 강화로 PF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발행이 어려워지면서 만기가 돌아온 PF ABCP를 전자단기사채로 전환해 차환 발행하는 경우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건설사의 전자단기사채 발행 실적은 전무한 실정이다.

　전자단기사채에 대한 인식 부족 등으로 전자단기사채 발행을 검토하는 건설사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런 가운데 KCC건설이 전자단기사채 발행 한도를 설정하면서 건설사의 전자단기사채 발행이 임박했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KCC건설은 아직까지 전자단기사채 발행 규모나 일정 등이 결정된 것은 없다며 다만 중장기적으로 전자단기사채 발행을 검토할 수도 있어 이번에 한도를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한신공영은 지난달 말 단기차입 방식으로 500억원 규모의 운영자금을 확보했다.

　관급공사 채권을 금융기관과 설립한 특수목접회사(SPC)를 통해 유동화해 자금을 조달했다고 한신공영은 설명했다.

　이로써 한신공영의 단기차입금 규모는 1743억원에서 2243억원으로 늘어났다.

　삼환기업은 지난달 계열사인 삼환종합기계공업㈜의 주식 30만주를 해동산업㈜에 매각했다.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삼환기업은 삼환종합기계공업㈜ 지분 매각을 통해 127억원가량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M&A(인수·합병) 절차를 밟고 있는 동양건설산업과 범양건영은 자산을 처분해 자금을 확보했다.

　동양건설산업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 부지를 485억원에 매각해 재무구조를 개선했고 범양건영은 제주시 건입동 토지와 건물 매각을 통해 126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용등급 A 이상의 일부 대형건설사들은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조달이 가능하지만 BBB급 이하 중견건설사들은 담보 없이는 회사채 발행이 어렵다”며 “전자단기사채와 관급공사 채권 유동화, 자산 매각 등 자금 확보를 위한 새로운 창구 발굴에 나서고 있지만 결코 쉽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박경남기자 k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