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업계는 기술자 고용부담 우려 커

　최저가낙찰제를 대신할 종합심사제의 정착 여부를 가를 변수는 적정 낙찰률이란 지적이 나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29일 내놓은 “종합평가낙찰제의 입찰자 평가방안 연구’ 보고서를 통해 최근 정부가 공개한 종합심사제 초안을 보면 투찰가격 측면에서 적정공사비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진단했다.

　최민수 연구위원은 “최저가낙찰공사를 대체하는 제도 취지를 고려하면 최소실행가격 이상의 낙찰을 유도해야 하며, 실적공사비 등으로 인한 공사원가 악화세까지 고려하면 종합심사제 낙찰률은 최소한 80~85%는 유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건설업계가 새 제도를 받아들이기 위한 최소 전제조건이란 지적이다. 업계 분위기도 다르지 않다.

　대한건설협회의 한 지방시도회장은 “건설업계가 작년 정부와 극한 대립까지 가면서 얻어낸 결실이 바로 종합심사제인데, 최저가낙찰과 다를 바 없는 낙찰률이라면 무의미하다. 종합심사제는 대중소건설업계 모두가 만족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북의 한 중견사 대표도 “종합심사제가 적용되는 300억원 이상 공사가 1년에 서너건 남짓인 전북 건설업계로선 종합심사제보다 더 촉각을 곤두세우는 부분이 원가문제”라며 “실적공사비를 폐기하고 공사비 삭감 명목으로 악용되는 지자체별 원가심사를 개선하는 등의 선제적 조치가 없다면 종합심사제는 지역업체들에게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중견·중소건설사들의 관심은 정부가 공청회 당시에 긍정적 검토 의사를 밝힌 낙찰률, 적심제 구간의 시범사업 배제보다는 기술자 고용 문제로 쏠리는 분위기다.

　수도권의 중견건설사 대표는 “사람을 더 쓰고 싶지 않은 건설사가 어디 있겠느냐, 빡빡한 공사원가에 저가덤핑을 유도하는 입찰제까지 가세하면서 기술자를 더 고용하고 가능하면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현실”이라며 “설령 종합심사제의 낙찰률을 적정히 올리더라도 고용부담에 따른 인건비가 추가로 들어간다면 현 최저가낙찰과 다를 바 없는 ‘조삼모사’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강원의 건설사 대표도 “우리 지역건설업계가 가장 촉각은 곤두세우는 부분은 기술자 보유 문제”라며 “현실과 동떨어진 기술자 고용문제를 정부가 고집한다면 건설업 등록기준 실태조사와 마찬가지로 지역업체의 설 자리가 사라진다”고 우려했다.

　심지어 설계용역이나 감리처럼 시공사에 소속된 기술인들의 재택근무도 법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국가계약제도 개선포럼에 참여한 한 위원은 “기재부, 국토부도 업계의 절박한 사정과 입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10월쯤 확정해 국회에 보고할 종합심사제 최종방안에 업계 목소리를 균형있게 담을 계획”이라며 “종합심사제의 낙찰률도 당초 정부 제시안으로만 보면 74%이지만 업계가 투찰할 82~85%대의 균형가격과 74%의 추정실투입비간 평균치인 78% 정도는 보장하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심사기준상 기술인력 고용강화 부분도 고용노동부의 요구 아래 일단 포함했지만 기재부의 기본방침이 평가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추상적 요소, 불확실한 요소는 수용하지 않는 쪽이므로 개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국진기자 jin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