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예산 지원 없으면 기업 부담만 가중"

　정부가 건설산업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해법 마련에 나섰다.

　다른 업종처럼 일자리 나누기와 건설기능인력 처우개선을 통한 외국인의 내국인 대체방안들에 더해 사업비 중 근로자임금을 미리 확정하는 프리베일링 웨이지(Prevailing Wage)제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각계 전문가 및 관련단체들이 참석한 가운데 ‘건설산업 일자리 창출 외부전문가 1차 회의’를 개최하고 이런 방안을 논의했다.

　국토부가 이날 제시한 통계치를 보면 2분기 건설업 취업자는 전년동기 대비 6000명 줄어든 180만1000명이다. 2012년 4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 감소했다. 월별로 보면 작년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무려 8개월 연속으로 취업자가 줄었다.

　근로 형태별로는 3월 기준 건설업 정규직(62만8000명)이 전년동기보다 0.6% 늘어났지만 비정규직(62만5000명)은 9.6% 감소했다. 취업시간별로는 44시간 이하 취업자가 20.5% 늘었지만 45시간 이상 취업자는 21.8% 급감했다.

　국토부는 최근 2개월(7~8월)간 건설고용이 상승세를 되찾았지만 극심한 수주물량 감소세와 값싼 외국인력 활용 증가로 인해 건설 일자리가 전반적으로 감소할 우려가 높고 특히 건설취업의 질도 단시간(44시간 이하) 근무자가 20% 이상 늘어나는 등 악화하는 추세로 평가했다.

　외국인의 일자리 잠식도 심각하다. 국토부가 소속·산하기관의 취업실태를 점검한 결과를 보면 작년 상반기(1037개 현장 5만7423명 중 외국인 9364명) 16.3%, 작년 하반기(1592개 현장 6만3011명 중 6617명) 10.5%, 그리고 올해 상반기(1292개 현장 8만2709명 중 8274명)에도 외국인 비중이 10%에 달했다.

　실제 건설현장의 외국인력 비중은 이를 능가한다는 게 참석자들의 지적이었다.

　건설근로자공제회의 분석치를 보면 올해 136만1873명의 건설기능인력 수요와 비교해 내국인력은 121만2286명에 머문다. 부족한 14만9027명이 합법 또는 불법 외국인으로 채워진다는 분석이다. 산업인력공단의 작년 기능인력 수급현황을 보면 합법적 외국인력을 합쳐도 6만4381명의 기능인력이 부족하며 현장기능인력 부족난이 불거지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불법 외국인력들이 일자리를 대체한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고용노동부가 배정한 건설업종 외국인력 쿼터는 2009년 2000명 이후 4년 연속으로 1600명으로 묶였다. 불법 외국인력의 건설일자리 잠식현상이 심각하다는 게 참석자들의 중론이었다.

　국토부가 이날 회의에 앞서 ‘건설투자 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해법’을 미리 배제함에 따라 논의 흐름은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해법과 양질의 건설일자리 확보를 위한 직접시공제, 그리고 적정임금 보장을 통해 내국인 기능인력 유입을 촉진할 프리베일링웨이지제도 쪽으로 흘렀다. 반면 건설단체들은 이들 방안들도 결국 추가적 비용부담이 불가피하고 정부가 추가예산이나 기금지원에 선을 그은 이상, 건설기업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한 참석자는 “실적공사비 개선을 통한 적정공사비 확보와 최저가낙찰제 폐지를 통한 덤핑입찰 차단이 없이는 건설근로자와 이들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어떤 대책도 마련하기 어렵다”며 “법적으로 보장된 일요 휴무만 해도 발주기관이 주7일 기준의 노무비를 계상하지 않는다면 건설기업의 부담이 되고, 업계는 이를 감당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젊은이들을 건설현장으로 견인하기 위한 주 40시간의 적정 근로시간만 해도 결국은 사업비예산, 즉 돈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고 이를 업계에 전가한다면 반발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국토부는 오는 28일 2차 회의 때 전문가·단체별로 일자리 창출 대안을 준비한 후 토론하기로 했다.

　다른 한 참석자는 “국토부 차원이 아니라 범정부 차원에서 마련 중인 방안으로 알고 있으며 어떤 방식이든, 건설업종에도 근로시간 연장특례 등과 같은 근무시간 조정방식의 일자리 나누기와 중소기업의 인력부족난에 대한 해법, 나아가 외국인 기능인력을 내국인으로 대체할 방안들이 강구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김국진기자 jin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