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었던 회사채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지만 건설업은 여전히 한겨울이다.

　회사채를 발행한 일부 건설사의 수요예측 참패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현재 회사채 발행을 계획 중인 건설사는 삼성물산 1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들어 건설사의 회사채 발행 규모는 4건, 43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두산건설이 지난달 23일 2년 만기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 데 이어 쌍용건설이 26일 200억원의 보증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코오롱글로벌이 이달 2일 1년 6개월 만기 100억원, 2년 만기 500억원 등 총 600억원, 한화건설이 13일 3년 만기 2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회사채 발행 규모는 차치하더라도 건설사 회사채에 대한 투자 심리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두산건설과 코오롱글로벌이 회사채 발행에 앞서 실시한 수요예측에는 단 1곳의 투자자도 참여하지 않았다.

　그나마 한화건설의 수요예측에 투자자 3곳, 700억원의 신청이 들어왔지만 동일 신용등급(A)에 비해 저조한 실정이다.

　회사채 수요예측 미매각률이 6월 72%를 기록한 이후 7월과 8월 들어 20%선으로 뚝 떨어진 것과 대조적이다.

　건설사 회사채에 대한 시장의 분위기가 냉랭한 가운데 이들 건설사가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었던 것은 대부분의 물량을 산업은행이 인수했기 때문이다.

　산은은 두산건설이 발행한 회사채의 절반인 500억원을 받았고 코오롱건설의 경우 600억원 중 무려 500억원을 인수했다.

　한화건설도 발행액의 60%인 1500억원을 산은이 받아갔다.

　사정이 더욱 심각한 것은 현재 회사채 발행을 추진 중인 건설사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회사채 발행을 위해 대표주관계약을 체결하고 수요예측을 앞두고 있는 건설사는 삼성물산 1곳에 그치고 있다.

　신용등급 AA- 미만 건설사들의 회사채는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어 회사채 발행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건설사 회사채 중 가장 우량하다는 평가를 받는 삼성물산도 공모희망금리에 따라 수요예측 결과를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건설사 회사채의 금리가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건설업이 부실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투자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손을 대지 않고 있다”며 “신용등급이 AA- 이상 대형건설사들도 제시하는 금리 수준에 따라 수요예측에서 참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경남기자 k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