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1일 내놓은 입낙찰제도의 개선 방안인 종합심사제는 대중소기업  간 균형발전 및 우수기술자 육성, 공정거래 구축을 목표로 마련됐다.

　‘공사수행능력’을 통해 변별력을 강화하고, ‘가격평가’로 저가낙찰을 방지하는 방안과 함께 제시된 ‘사회적 책임 점수’를 반영하는 계획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일자리 창출은 물론 하도급 거래의 공정성, 나아가 건설산업 안전관리 강화 등 ‘착한기업’에 대한 우대 방침이다.

　최저가낙찰제로 인한 지나친 저가수주가 불러온 ‘불공정 하도급 유발’ 등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조치다.

　윤석호 기획재정부 계약제도과장은 “종합심사세는 가격과 품질의 균형적인 발전을 유도하는 데 취지가 있다”면서 “공공공사 입찰제도 개선으로 기술자 육성과 건설산업의 공정거래 기업문화 구축은 물론 일자리 창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종합심사제의 기본 방향은 사업 특성에 따라 발주기관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동시에 공정거래·성실 시공 기업에 수주기획을 확대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으며, 세 가지 평가항목별 가중치를 부여해 합산점수가 높은 자를 낙찰예정자로 결정할 방침이다.

　공사수행능력평가… ‘시공 전문성’

　공사수행능력평가는 변별력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

　재정투입을 늘리더라도 품질과 안전시공을 확보하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 동일 공법·공종 시공실적과 기술자 보유 및 경력, 직접시공비율 등을 평가하는 방식이 제시됐다.

　구체적으로 동일 공법 시공실적은 연도별(최근 5년, 10년, 20년) 실적으로 차등 평가하고, 건설업 매출 대비 동일 공종 그룹 실적 비중을 반영키로 했다.

　공법과 구조 형식, 규모 등은 발주기관이 제시하게 된다.

　기술자는 현장 소장 등 분야별 책임자의 시공경력을 점수화해 평가하기로 했다.

　다만 배치예정 기술자가 해당 업체에 일정기간 재직했는지 여부를 따져 점수를 가감하게 될 전망이다.

　시공역량평가는 공사 난이도 및 규모에 따라 입찰 등급제를 운용, 상위 등급 업체가 하위등급 공사에 입찰할 때에는 일정 비율을 감점해 중견·중소기업의 수주기획을 확대했다.

　그러나 동일공법 시공실적 등은 이미 확보된 수주실적에 따라 대기업 중심으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 중견·중소기업을 고려한 후속조치가 요구된다.

　가격평가… ‘균형가격 설정’

　‘가격평가’는 최저가낙찰제에서 발생해온 지나친 저가를 적정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른바 균형가격의 설정이다.

　입찰자들이 써낸 투찰가격 중 상위 40%와 하위 10%를 뺀 입찰가 평균으로 ‘입찰자 평균가격’을 마련하고, 발주처가 해당 공사에 실제 소요될 비용을 산정한 ‘추정 실투입비’를 비교·평가해 점수를 산정하는 방식이다.

　입찰자 평균가격이 추정 실투입비보다 높을 때에는 이를 균형가격(만점)으로 결정하고, 추정 실투입비가 높을 때에는 두 가격을 합산해 2로 나눠 균형가격을 확정한다.

　균형가격과 균형가격의 90%까지는 동일점수(만점)를 부여하고, 덤핑방지 차원에서 균형가격 대비 90%보다 낮은 가격의 입찰자는 기본점수를 부여한다.

　여기에 원칙적으로 낮은 가격 입찰자에게 높은 배점을 하되, 과도한 가격경쟁으로 인한 부작용을 축소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하지만 기업들이 낙찰을 목표로 가격평가 만점을 염두 하게 되면 추정 실투입비 수준의 평균 입찰가격이 형성될 수 있어 사실상 최저가낙찰제 수준의 평균낙찰률과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결국 정부가 이 같은 문제를 어떻게 보완하느냐가 종합심사제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책임 평가…‘공정거래 지수’

　사회적 책임 평가는 종합심사제 시행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기업들도 공공공사 재원이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되는 만큼 기업의 공정거래 평가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주요 평가항목에는 입찰업체의 고용창출 수준 및 고용 안정성, 공정거래, 지역업체 참여 수준, 건설 안전 분야 등이 있다.

　최근 3년 평균 상시근로자 증가율과 고용안전망 확충뿐 아니라임금체불 여부와 하도급 거래의 적정성, 입찰담합 여부, 공정거래 자율준수 등이 점수로 환산된다.

　공동수급체를 구성할 때 중소기업이나 지역업체의 참여도와 산업 현장 근로자의 안전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지표도 개발해 단계적으로 적용할 방침이다.

　앞서 제시된 공사수행능력과 가격평가가 실적을 따지는 부분이라면, 사회적 책임 평가는 기업경영의 윤리성을 검토하는 방안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회적 책임 평가는 낙찰자 결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평가항목은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평가 지표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PQ제도, 사회적 책임 부분과 조율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PQ)제도는 유지하되, 사회적 책임 부분에 반영된 평가항목은 제외될 예정이다.

　시공경험과 기술능력 평가는 강화되지만, 지역업체·중소기업 참여에 따른 평가는 없애는 방안이다.

　특히 해당 발주기관에 최근 10년 이내에 계약불이행, 부실공사, 지체상금 부과 사례 등이 있을 때에는 신인도에서 감점키로 했다.

　또 낙찰 예정자 순서대로 ‘물량내역 및 시공계획 적정성’을 심사·평가하고, 1000억원 이상 공사에서 설계변경을 억제하는 방안을 우선 적용하는 방안도 내놨다.

　물량내역 및 시공계획 적정성 평가 방법은 입찰공고를 통해 제시하게 될 전망이다.

　다만 지체상금 부과 등은 발주처와의 책임여부 등을 따져야하는 만큼 향후 평가 항목에서 재논의될 것으로 예측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내년부터 특례 적용이 가능한 공공기관에서 종합심사제를 시범 시행하고, 이를 평가해 2015년에는 확대·적용할 계획”이라며 “사회적 책임 평가 항목은 관계부처의 제도 정비를 거쳐 적용하고, 평가항목별 절대평가와 상대평가방식을 조율해 변별력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격평가 방식 개선으로 저가입찰 부작용을 없애고, 전문 기술자 양성과 기업의 책임의식도 강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형용기자 je8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