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한국은행의 GDP(국내총생산)가 두자릿수를 회복했고 건설투자도 반짝 증가했다. 기저효과 때문일 수 있고 선행지표가 워낙 나빠서 아직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다행이다.(박기풍 국토부 1차관)”

　“올해 8월까지 200억원 이상 신규 발주공사를 내부적으로 집계해보니 전년보다 20% 이상 줄었다. 건설수주가 급감하면서 내년 기성고마저 추락하면 최악의 어려움이 올 수도 있다.(대형건설사 임원)”

　건설시장 동향점검 대책반 제2차 회의 참석자들은 건설경기 침체 상황에는 공감했지만 미세한 온도 차이는 있었다.

　정부는 조심스럽지만 건설투자와 기성 증가세에 안도하는 모습인 반면 업계는 현재 사상 유례없는 위기라고 입을 모았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11개월 연속된 두자릿수 감소세의 수주액이 본격적 영향을 미칠 내년이란 지적도 나왔다.

　전문업계의 한 대표는 “15년간 전문건설업체를 경영했지만 지금처럼 어려운 때가 없었다”며 “과거에는 서로 만나면 ‘잘 되느냐’는 인사를 주고받았지만 요즘은 그런 것도 묻지 않는다. 서로 안 좋은 것을 뻔히 알기 때문”이라고 하소연했다.

　고무적인 점은 업계의 목소리를 경청하려는 박기풍 차관의 적극적 모습이었다는 게 참석자들의 한목소리다.

　박 차관은 대책반 회의가 단순히 동향만 점검하는 자리가 아니란 점을 강조하며 회의 초두에 지난 1차 회의 때 업계가 지적한 실적공사비, 최저가공사, 공기연장 간접비 문제에 대한 검토 결과를 브리핑했고 실적공사비 문제는 이날 별도 토론을 통해 중지를 모으면 반영하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참석자들은 실적공사비의 산정방식, 조사시기 및 방법에 대한 조정과 규모·지역별 보정, 관리 및 운영과정의 민간 참여 등을 요청했고 설비건설협회에서는 실적공사비 대상공사를 300억원 이상으로 상향조정할 것을 건의했고 박 차관도 적극적 검토를 약속했다.

　21일 발표될 종합평가낙찰제 세부방안과 관련해서는 300억원 이상 최저가공사부터 시범적용한 후 100억~300억원 구간의 종합평가제 도입은 그 결과를 토대로 신중히 접근하자는 건의가 나왔고 박 차관도 업계의견이 일치된다면 부처간 회의 때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겠다고 답했다

　건설업 금융지원책의 낙인효과와 중소업체 외면 문제에 대한 해법과 재개발·재건축 분담금 문제도 검토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민자사업을 활성화하겠다고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민자사업 자금 재조달을 강행하면서 ‘사업자의 팔을 비틀고 있다’는 지적에는 ‘우리(정부)도 소비자의 손을 들어줘야 한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부실건설업체 퇴출을 위한 실태조사에 대해서도 “기업이 나머지 직원들을 위해 부정부패자를 처분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며 더욱 강력한 퇴출책을 지속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박 차관은 “어려운 집안일수록 사이가 좋다고 한다. 요즘은 전문업계도 대기업이 살아야 우리도 산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위기를 상생의 기회로 삼아달라”고 당부했다.

김국진기자 jin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