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말까지 경주로 완전 이전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의 이전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불과 4개월여 남은 시점에서 사옥 및 사택 등 이전과 관련한 사업결정이 여전히 공전 중이다. 이에 따라 연말 이전이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20일 한수원 및 경주시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난해 건설본부 210여명이 1차 이전한 데 이어 올해말까지 700여명의 본사 인원이 경주로 내려갈 계획이다.

　그러나 신사옥이 준공되기 전까지 사용할 임시사옥 선정 문제부터 난관에 빠졌다. 경주시에서 추천한 8개 건물을 검토한 결과, 사옥으로 사용하기에 부적합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 건물 대부분이 700여명의 직원들을 수용하기에는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고, 건물 대부분이 애초 사무실용으로 설계된 게 아니어서 적합치 않다는 것이다. 한수원은 신월성 원전 2호기 건설사무소와 가건물을 지어 임시 사무실을 마련한다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임시사옥을 도심권에 마련해달라는 지역여론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직원의 가족들을 수용할 사택도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한수원은 절반은 신규 사택을 건립하고 절반은 경주시내 아파트 등 기존 주택시설을 이용할 계획을 갖고 있지만, 기존 주택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한수원 노조는 사택의 일부를 인근 울산으로 이전할 수 있게 해달라고 경주시를 압박하고 있다.

　신규 사옥 건설사업 역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이미 설계를 끝내고 지난 5월 계약부서로 넘어갔지만 사옥 건설과 관련한 경주시의 인허가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아 공사 발주를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신사옥은 당초 계획으로는 2015년말 완공 예정이지만 공사가 계속 늦어질 경우 완공 시점도 늦춰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무리한 조기 이전 강행이 이러한 난제를 불러 일으켰다고 지적하고 있다. 철저한 사전준비 없이 지역발전이라는 미명 하에 이전만을 강요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해 원전 비리가 불거지자 정부는 당초 예정보다 1년을 앞당겨 올해말까지 완전 이전을 지시했다. 여기에 청와대의 제동으로 신임 사장 선임이 늦어지면서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결국 답답한 쪽은 한수원 직원들이다. 익명의 한 직원은 “이전 시한은 다가오는데 어느 하나 해결된 것이 없어 답답하다. 이럴 거면 왜 이전하는지 모르겠다”고 타는 속을 내비쳤다.

정회훈기자 hoo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