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기획’이 개발사업 불확실성 낮춘다”

과잉투자ㆍ이용률 부진 막도록 전문기획가제도 운영 필요

“설계ㆍENG사에 떠맡기던 업무…전문성ㆍ적정대가 보장을”

　

　경기침체가 장기화하고 부동산시장 환경이 급격히 변화함에 따라 ‘부실한 기획’으로 인한 개발사업 실패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건축기획 업무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전문기획가제도 운영 등 기획의 가치를 중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

　국토연구원 부설 건축도시공간연구소(소장 제해성)는 건축환경의 변화 흐름을 반영해 개발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건축활동 양상이 시공에서 설계로, 설계에서 계획으로, 그리고 계획에서 기획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건축도시공간연구소(이하 연구소)는 최근 ‘공공건축의 효율화를 위한 건축기획업무 제도화방안’ 연구를 통해 “건축기획 업무는 토지, 자금, 수요 등에 관련된 사업 내ㆍ외부의 불확실 요인을 면밀히 검토하고 의사조율 및 사업진행 여부를 합리적으로 판단해 비용절감 뿐만 아니라 효율적인 건축활동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사업 진행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기획업무는 아이디어와 기본구상, 예비타당성 및 타당성 조사, 경제성 분석, 입지검토, 사전조사, 자금 및 예산계획, 공사비 계산 및 자금조달, 토지측량과 토지이용구상, 감정평가, 근린영향조사, 법규검토, 일조 등 환경성 분석, 제안서 및 지침서 작성, 입찰서 작성, 발주방식 선정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 같은 기획업무가 부실할 경우 호화청사 논란과 같은 신규 건축사업의 과잉투자, 일부 지방공항이나 민자고속도로에서 흔히 나타나는 이용률 부진, 잦은 설계변경과 공사비 증가 등의 시행착오가 빈발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소의 임현성 연구원은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건축사업의 투입비용이 5% 미만인 단계에서 전체 비용의 80%가 결정되기 때문에 초기 기획업무가 사업성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며 “기획업무의 내실화를 통해 얻어지는 경제적 이익은 해마다 최소 3조4000억원에서 최대 17조9000억원까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고 설명했다.

　임 연구원은 또 “지금까지는 설계나 엔지니어링 업체들이 별도의 계약 없이 설계비에 포함하는 조건으로 다수의 기획업무를 진행해왔다”며 “앞으로는 기획업무에 대해 전문성과 적정 대가를 보장함으로써 건축산업의 안정을 도모하고 전체 비용 효율화를 꾀할 필요가 크다”고 강조했다.

　한편 연구소는 건축기획 업무를 내실화하기 위해서는 여러 법령에서 개별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기본구상, 타당성조사, 기본계획 등 관련 업무를 포괄적으로 다시 정의하고, 기본구상 업무를 민간전문가가 수행할 수 있도록 관련조항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특히 일부 선진국처럼 예산수립과 타당성 진단, 운영관리전략 수립 등을 수행하는 전문 기획가 제도를 운영하거나, 지역단위의 총괄계획을 맡을 수 있는 공공건축 기획전문가를 육성할 필요가 크다고 강조했다.

　임 연구원은 “문화집회시설이나 공공청사 등 일부 공공건축사업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해 건축기획의 가치를 증명하면서 인식 전환을 선도하는 한편 공공건축센터 등 상시적인 지원시스템을 구축할 필요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정운기자 pe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