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물탱크에 저장하는 것처럼 생산된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사용하는 에너지저장시스템·전력저장장치(ESS)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의 전력수급 위기와 창조경제의 아이템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스마트그리드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그 대책방안으로 ESS가 주목받고 있다. ESS란 생산된 전력을 전력계통(Grid)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장치로, 쉽게 말해 휴대폰이나 노트북 등에 사용하는 배터리를 대형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배터리에 전기를 저장한다고 해서 최근에는 BESS라고 불리기도 한다. ESS의 대표적인 기술로는 연축전지, 리튬이온전지와 같은 기존의 중소형 2차전지는 물론, 회전에너지, 압축 공기, 수퍼 커패시터 등을 활용하는 방식도 있다. ESS가 주목을 받는 것은 전기사용량이 적을 때 전기를 저장했다가 전기사용량이 늘어나는 피크시간대에 꺼내 씀으로써 발전소 건설비나 송전선 설치비 등의 투자비를 줄일 수 있고, 전력예비율을 높여 요즈음과 같은 전력피크 시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ESS는 출력이 불규칙한 신재생에너지원을 고품질 전력으로 변환이 가능하고, 실시간 전력거래가 이뤄지는 스마트그리드 구현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기도 하다. 아울러 화력발전소의 주파수 조정 기능을 대신하고, 수요관리서비스나 에너지저장·재판매 서비스 등 새로운 서비스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까지 진출할 경우 새 정부가 추구하는 일자리 창출에도 큰 효과가 기대된다. 정부는 미래 ESS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지난 2011년 기술개발과 산업화를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지난해는 보급 촉진을 위한 로드맵도 발표했다. 또 내년부터는 중대형 ESS에 초점을 맞춘 대규모 실증사업을 추진한다. 올해 초 실증사업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마치고, 내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3035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러한 청사진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우선 기술개발을 통한 경제성 확보가 관건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세계 1위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리튬이온배터리의 경우 가격이 너무 비싸고, 대용량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 또 충전과 방전이 반복될 경우 수명이 급격히 줄어드는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리튬이온배터리를 제외한 다른 기술들은 상용화하기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법·제도 개선도 관건이다. ESS 도입을 활성화하려면 초기시장을 창출하는 게 중요한데 현행 법·제도로는 보급에 제한이 많기 때문에 문제다. 김광범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대형건물의 비상발전기를 ESS로 대체하거나 ESS사업자에 발전사업자 지위를 부여하는 등을 위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며 “공공부문에 대한 설치 의무화도 ESS 활성화를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