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계, 국내와 같이 국외도 산재보험 적용은 당연

　정부가 최근 급증한 해외건설 근로자의 산재보험 적용을 의무화하는 방안에 대해 사실상 반대 입장을 보이면서 노동계의 빈축을 사고 있다. 대부분의 건설사들도 해외 건설근로자에 대한 산재보험 적용 의무에 대해 찬성하고 있어 정부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건설 현장 파견 근로자 수는 2만8389명으로 2011년 1만8338명보다 1만명 이상 급증했다.

　해외건설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 수가 늘어난 급증한 이유는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현장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프로젝트의 공사가 본격화되면서 국내 파견 인력도 급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해마다 급증하고 있는 해외건설 수주액을 감안하면 2020년께는 해외에서 일하는 근로자 수가 5만1932명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해외건설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 수가 늘어나면서 각종 사고나 질병에 노출돼 피해를 입는 근로자 수도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을 보호할 산업재해보험은 미흡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실제 지난해 해외건설 파견 근로자 가운데 산재보험에 가입된 근로자 수는 18%에 불과한 실정이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해외건설노동자 산재보험 적용을 위한 토론회에서 박해욱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위원장은 “현재 해외파견 근로자에 대한 산재보험 가입이 의무가 아닌 임의조항으로 돼 있어 많은 근로자들이 산재보험 혜택을 받지 못한다”면서 “건설사 정규직들은 해외 근무시 산재보험 적용이 다 되고 있는 점을 보면 차별적인 조치기 때문에 해외건설근로자도 산재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정부는 다른 산업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해외건설근로자의 산재보험 적용 의무화를 추진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오복수 고용노동부 산재보상정책과장 “산재 보상 처리는 속지주의 원칙을 따르기 때문에 파견근로자에 대해 국내 산재보험 제도를 의무화한 사례는 없다”면서 “해외건설 근로자에 대한 산재보험 임의가입제도가 활성화되지 않은 점은 안타깝지만 이를 의무화하기에는 사회적 공감대를 얻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곤 국토교통부 해외건설정책과 사무관도 “해외건설 근로자에 산재보험 적용 의무화를 도입하는 것보다는 현재의 임의가입제도를 활성화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건설사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는 민간 재해보험의 보장 범위가 더 넓어 이를 활용하는 방안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건설사업주도 해외건설근로자 산재보험 의무화에 찬성하는 입장에서 정부의 상황 인식이 안일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하고 있다.

　김종성 해외건설협회 해외건설인력센터장은 “해외건설 근로자에 산재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것에 대해 사업주가 반대할 이유가 없다”면서 “해외건설 근로자에 대한 산재보험 보상 범위 확대 등의 보완책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노동계는 정부의 입장이 해외건설근로자의 안전을 사실상 민간보험시장에 떠넘기고 방치하는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최명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노동안전보건국장은 “민간 보험의 약관에서 명시된 예외 사항을 고려하면 민간 보험이 산재보험보다 보장 범위가 넓다고 말할 수 없다”면서 “해외 건설업체도 해외건설 근로자에 대한 산재보험 가입 의무에 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입장이 이해가 안된다”고 주장했다.

　심규범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산업연구실장은 “국내 건설현장에 산재보험이 적용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외 건설현장에서도 산재보험이 적용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현실적으로 검토해야 할 문제가 있을 수는 있지만 구더기가 무섭다고 장을 담그지 않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권해석기자 haese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