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관련 지표조사 너무 취약하다

　수주·기성 조사기준만이라도 통일해야

　“건설업체 한 곳이 마이너스실적을 신고했다. 두 달 전에 신고한 수주공사가 취소됐기 때문이라고 한다.(전백근 통계청 산업동향과장)”

　“작년 월별 조사치를 합산한 연간 건설수주액은 감소했고 시공능력평가액을 산정하기 위해 집계한 건설공사 계약액은 반대로 증가했다.(이홍일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건설 관련 통계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통계청의 월간 수주와 기성은 전전년도 건설업 조사 때 기성액 상위 50%와 54% 건설사를 대상으로 취합한다. 대한건설협회의 월간 수주액은 통계청 수주 집계치와 나머지 건설사 중 건협 회원사의 표본조사치를 합쳐 산정한다. 통계청과 건협의 연간수주액이 다른 것도 같은 이유다.

　연간 수주액은 건협이 종합건설사 전수조사를 통해, 통계청은 건협을 포함한 건설단체별 실적신고 자료를 취합해 산정한다. 건설사 대상의 조사 특성상 비건설사의 수주·기성은 빠진다. 일례로 도시형생활주택을 건축주가 직접 시행하면 수주·기성실적으로 안 잡힌다.

　이런 한계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기관별 조사에 응하는 건설사들의 수주·기성에 대한 인식이 제각각인 점이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경우 어떤 업체는 시공사 선정 때, 다른 업체는 본 계약 체결 때 수주실적을 신고한다. 공공공사보다 민간공사, 특히 개발사업에서 이런 차이가 두드러진다.

　기성액도 돈을 받으면 바로 신고하는 곳이 있고 세금계산서를 뗀 후 신고하는 곳도 있다. 선급금, 기성금, 준공금간 구분이 모호한 민간공사의 경우 준공 때 한번에 받는 경우도 많아 지표의 불규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정부의 재정조기집행 여파로 상반기 기성고가 실제보다 많아 보이는 것도 변수다.

　건설업체별 개별 사정에 따른 신고 차이도 상당하다. 수주나 기성금을 받았지만 모아서 한번에 신고하기 위해 미루는 사례도 많고 회사 전략상 이를 축소신고하는 경우도 빈번하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연말 임원진의 재임용이 걸린 해에는 수주고를 최대한 연내로 앞당기고 연임이 확정되면 최대한 다음 해로 최대한 미루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며 “매년 대형사별로 수주고를 계산할 순위가 서로 다른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주액, 기성액을 어느 공종에 넣어야 할 지에 대한 혼선도 만만치 않다. 플랜트공사만 해도 어떤 업체는 비주거 건축수주로, 다른 업체는 토목수주로 신고한다. 공종별 수주액 증감을 교란해 업계, 정부의 경기판단을 어렵게 할 수밖에 없다.

　이홍일 건산연 연구위원은 “가장 시급한 것은 건설사별로 수주와 기성을 인식·신고하는 기준을 통일하는 작업”이라며 “또한 월간과 연간조사치간 괴리를 줄이기 위해 월간조사 표본을 더 늘리고 중장기적으로는 통계청·건협간 조사기준도 통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국진기자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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