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 보증단계의 자본금 상시점검안에 대해서는 TF회의 참석자들도 대체로 회의적이었다는 후문이다.

　발주기관이 낙찰 1순위자부터 최근 3개월간의 자본금 충족 여부 등을 심사해 부적격이면 2순위자 순으로 다시 심사하는 방식이지만 최대 걸림돌은 소송남발 가능성이다.

　공사를 따내기 위한 흠집내기, 투서가 빈번한 상황에서 정확한 판단이 힘든 자본금 충족 여부까지 심사하면 의혹 제기나 음해 등의 폐해를 키울 뿐 아니라 등록기준 미달로 낙찰을 못 받은 업체들의 잇따른 불복소송도 불가피한데, 발주기관이 이를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게 업계 지적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상장기업들도 분기 단위로 재무상태를 공시하는데, 이보다 훨씬 열악한 건설사만 입찰 때마다 재무상태를 점검토록 하는 것은 과잉규제란 지적도 상당하다. 통상적으로 70만~100만원 가량 드는 진단보고서 등의 사회적 비용손실도 엄청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업무 부담도 문제다. 부적격사가 응찰할 만한 일정금액 이하 소형 공공공사에만 운용하는 방법 등이 가능하지만 발주기관의 업무량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자본금 미달 사유로 인한 낙찰 배제가 곧 해당업체에 치명적인 영업정지, 등록말소를 의미하는 점을 고려하면 발주기관은 물론 기획재정부의 수용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건설단체 관계자는 “입찰을 보러갔다가 문을 닫아야 하는 구조이므로 부적격사 응찰을 막는 효과를 일부 기대할 수 있지만 문제는 대여금, 겸업자산 등 복잡한 자본금 인정방식에 어두운 상당수 중소건설사 대표들이 자사의 자본금 충족 여부를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보증기관을 활용해도 마찬가지다. 외국에서 부적격사를 걸러낼 때 통용하는 방법이지만 보증서 발급 여부를 따지는 평가와 업체 생사까지 가르는 등록기준 심사는 차원이 다르다. 건설 관련 공제조합이든, 민간 보증기관이든 이런 리스크를 감수할 곳을 찾긴 어렵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대체적 지적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지나치게 복잡한 건설업 등록기준 검증방식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도록 간소화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금 등 인정기준들이 너무 복잡해 조사하는 쪽도, 조사받는 쪽도 오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2011년 4차 조사와 작년 5차 조사 때 행정처분 대상(조사진행 중 업체 제외)으로 추려낸 1608곳과 1173곳만 해도 청문 등 확인 결과, 무혐의로 판정된 곳이 489곳(30.4%)과 453곳(38.6%)에 달했다.

　국토부가 퇴출하려는 페이퍼컴퍼니는 입찰을 위해 만들어진 탓에 오히려 입찰에 필요한 기준들을 더 확실히 충족하며 오히려 정상적 업체로 출발했지만 공사를 따지 못해 자본금을 갉아먹은 건설사들이 처분대상들이란 지적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등록기준을 완벽히 갖춰 출발하는 건설사들도 인력, 사무실 등 고정비용 탓에 자본금을 맞추지 못하다가 1건이라도 수주하면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업계, 정부, 발주기관, 보증사 부담을 가중시키는 새 기법이나 현 실태조사보다는 3년 단위로 시행하는 주기적 신고를 내실화해 제대로 건설업을 영위한 업체에 한해 등록을 갱신하는 등의 접근법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TF회의 때도 자본금 예치제 강화안, 입찰 초기단계 자본금 심사안, 주거래은행의 신용확인서 활용안 등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지만 실효성과 실행가능성을 동시에 충족할 대안은 찾지 못했다는 전언이다.

　한 TF참석자는 “1건당 평균액이 15억~16억원인 건설공사 규모를 고려할 때 일부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제대로 시공할 회사를 가려내야 건설산업이 정상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의견도 상당했다”며 “정부가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는 만큼 어떤 방식이든 새로운 대안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고용노동부 주도로 10월에 착수할 건설기술자 자격증 대여행위 조사도 자격증 대여를 통해 등록기준을 채운 건설업체 퇴출까지 병행될 전망이다. 정부가 자격증 대여조사를 정기적으로 해 왔고 적발된 건설사에 대한 영업정지나 등록말소(자격증 대여로 등록기준을 충족한 경우)가 단행되고 있지만 최종심까지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건설단체 관계자는 “자격증을 빌리더라도 4대 보험에 최소임금까지 지급하므로 브로커를 타겟으로 한 경·검찰의 수사가 아니면 잡아내기 어렵다”며 “그러나 지난 6월 남해지방해양경찰청이 170여개 중소업체의 불법대여 혐의를 적발한 것처럼 관련 처분은 계속 되고 있고 처분업체 명단도 관리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도 “노동부가 국가기술자격법령에 따라 단속, 처분, 수사의뢰하고 있고 처분내역도 갖고 있지만 최종심까지 보안을 유지하는 것뿐”이라며 “자격증 대여로 등록기준을 충족하면 형사처벌에 더해 영업정지, 등록말소까지 가능하므로 업계 차원에서도 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국진기자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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