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건설사업, 경제성만 따지지 않겠다”

국토부, 새 투자평가체계 발굴할 연구작업 착수

　비용편익(B/C) 점수만 따지는 대신 철도건설사업의 다양한 가치ㆍ효용을 검토해 신규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새 ‘평가체계’가 마련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정부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지역의 요구에 대응하면서 투자효율화를 도모할 수 있는 새로운 철도건설사업 투자평가기준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6일 국토부와 전국 지자체 등에 따르면, 철도는 몇 년 전부터 친환경ㆍ녹색 대중교통수단으로 떠오르며 신규 건설사업이 잇달아 검토됐지만 실제로 대다수 사업이 경제성 평가를 통과하지 못하고 보류ㆍ지연되고 있다.

　최근 지역공약사업에 포함된 광주~목포 KTX, 충청권 광역철도, 여주~원주 및 원주~강릉 복선전철, 남해안 철도고속화 등의 사업 상당수가 예비타당성조사에서 번번히 탈락하거나 사업성 부족으로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정부가 20여개 철도사업을 지역공약사업으로 선정했고, 해당 지역에서도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철도사업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만큼 사업단계별 평가체계와 사업추진 기준이 필요하다는 게 국토부 판단이다. 여기에는 “경제성으로만 지역공약사업을 선정한 것이 아니다”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내달부터 외부용역을 통해 철도투자 평가체계에 관한 현황분석과 해외사례 조사, 평가체계 개편방안 마련 작업에 착수하고 내년 초에는 개편안을 공론화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경제성 위주로만 평가하면서 B/C에 의존하다보니 철도사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며 “획일적 평가체계와 제한적 정책반영 통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환경성, 안정성, 경제파급효과, 균형발전, 재무적 타당성과 유지관리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철도사업 추진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경제성이 없는 철도사업들을 대거 강행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하지는 않기를 바란다”며 “시공 전 단계에서 중간평가를 신설하는 등 단계별 평가체계를 마련하고, 건설과 운영을 아우른 통합기본계획을 신설하는 등 평가체계 전반을 개편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철도건설 투자평가기준 마련 배경은?

88조원대 철도망계획ㆍ20개 공약사업 ‘현실의 벽’

B/C 의존한 의사결정구조 개선ㆍ객관적 우선순위 확보해야

　정부는 ‘제2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11~2020)’을 통해 2020년까지 10년 동안 고속철도 3개 사업, 일반철도 58개 사업에 국고 59조원 등 총 88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지난달 5일 발표한 새 정부 지역공약 이행계획에서도 총 167개 공약사업 가운데 △남해안철도 고속화 △충청권 광역철도(논산~대전~세종~청주) △호남KTX 후속사업(광주송정~무안~목포) △여주~원주 및 원주~강릉 복선전철 △중부내륙선철도 복선ㆍ고속화 △김천~거제간 남부내륙철도 등 20여 개 철도사업이 예고됐다.

　그러나 대다수 사업계획은 경제성과 재정여건의 벽에 부딪치고 있다.

　가령 호남KTX 광주~목포의 경우 2017년 준공 예정이지만 지난해에야 기본계획 변경으로 노선이 확정됐고 그 뒤에도 설계 등 아무런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으며, 남해안철도 고속화사업은 경제성 부족과 지역주민들의 강력한 요청 사이에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중부내륙철도나 충청권 광역철도 역시 경제성을 확보하려면 갈 길이 멀다. 관계자들은 여수엑스포나 평창올림픽 같은 빅 이슈가 없는 한 지역 철도사업이 경제성을 확보해 사업추진에 속도를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재정적 투자 여건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지속적인 복지수요 증가로 도로ㆍ철도 예산이 줄어들고 있는데다 임대형민자사업(BTL)의 임대료 지급, BTO 민자사업의 최소운영수입보장 등 지출이 늘어나면서 건설투자 예산을 확보하기 어렵게 됐다. 아울러 철도운영의 적자구조가 만성화되면서 신규투자가 늘수록 적자가 커지는 상황이다.

　국토부가 ‘철도사업 추진기준’ 마련에 나선 것은 이처럼 경제성평가에만 의존하는 의사결정 구조를 개선하고 객관적인 투자우선순위를 확보하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국토부는 “사업추진 기간이 긴 철도사업의 특성을 고려해 ‘Gateway Review’, 즉 시공 전 중간평가를 실시하고 건설ㆍ운영 통합기본계획을 신설하는 등 사업추진체계를 개편할 방침”이라며 “아울러 합리적 사업추진을 위한 투자우선순위 선정방법도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특히 “비용편익(B/C) 등 경제성만 따지는 획일적 평가체계를 극복하고 각 단계별 성격에 부합하는 경제적ㆍ재무적ㆍ정책적 타당성을 종합 평가할 방침”이라며 “교통 측면의 효율성을 위주로 평가하되 SOC 본연의 기능인 접근성ㆍ통합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신정운기자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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