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지원 힘든 중견 전통업체는 끝없는 추락

　올해 시공능력평가액 순위를 좌우한 결정 변수는 모그룹이었다.

　현대차·삼성그룹의 계열건설사들이 안정적 그룹물량과 재무지원을 무기로 상위 30위권의 20%를 점유했다. 범현대가로 분류되는 현대산업개발과 한라건설까지 합치면 30위권 건설사 3곳 중 1곳 가량이 현대·삼성계열 건설사다.

　반면 수십 년간 건설 한 우물만 팠지만 그룹 지원을 기대하기 힘든 전통적 건설사들은 워크아웃·법정관리를 거듭하며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가 30일 발표한 ‘2013년도 종합건설업체(토목건축공사업) 시공능력평가액 순위’를 보면 재계 1위와 2위인 삼성과 현대차 그룹계열 건설사들의 강세 현상이 두드러졌다.

　3년 연속으로 1위와 2위를 차지한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에 이어 삼성엔지니어링이 4계단 오른 11위였고 작년 20위권 밖이었던 현대엠코도 8계단 상승한 13위에 자리했다. 삼성계열의 막내 격인 삼성에버랜드도 8계단 오른 28위에 오르면서 삼성중공업(29위)을 합쳐 삼성계열 4개사가 30위권에 모두 포진했다. 현대그룹에 뿌리를 둔 현대산업개발, 한라건설까지 합치면 30위권 중 8곳(27%)이 현대·삼성 출신 기업이다.

　20위권 내에 대기업 계열이 아닌 건설사는 전무하고 30위권으로 범위를 넓혀도 경남기업(21위), 계룡건설산업(23위), 호반건설(24위), 한양(26위), 한신공영(27위), 서희건설(30위) 등 6곳이 전부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 심화할 것으로 건협은 내다봤다.

　부영그룹의 부영주택(31위)이 38계단이나 도약하며 30위권 진입을 앞뒀고 LG그룹 계열의 서브원(37위), 효성(47위)도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부영그룹의 경우 또 다른 건설 계열사인 동광주택(95위)마저 작년 268위에서 173계단이나 수직상승했다.

　모그룹의 물량 및 재정적 뒷받침이 원동력이란 게 업계 평가다. 현대엠코만 해도 현대차 그룹물량에 더해 현대건설과의 공동도급 시너지가 맞물리면서 10위권까지 넘볼 정도로 성장했다. 해외플랜트에 진력했던 삼성엔지니어링이 11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린 원동력도 작년 아산 탕정의 삼성디스플레이 공사의 기성고 8811억원이 유입된 덕분이다.

　현대차·삼성계열의 건설사 4곳이 10위권을 점유하는 것이 시간 문제란 관측까지 나올 정도다.

　이와 달리 그룹사 지원을 얻기 힘든 건설기업들은 워크아웃, 법정관리에 휘말리며 시평 순위마저 급락세다. 작년 100위권 기준의 21개 경영위기 건설사 중 신일건업, 범양건영, 중앙건설, 삼환까뮤가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고 올해 7계단 이상 순위가 떨어진 100위권 업체 13곳 중 11곳이 위기를 경험한 업체였다.

　건협 관계자는 “대기업 계열 건설사들의 초강세 현상 아래 건설에 뿌리를 둔 중견사들이 맥을 못 추는 모습”이라며 “다만 국내외에서 덤핑수주를 자제하는 등 리스크관리에 진력하거나 해외건설, 임대주택 등 특화된 영역을 개척한 일부 건설사들만이 안정적 물량과 경영지표 아래 선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국진기자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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