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동계가 직접시공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직접시공제를 둘러싸고 건설업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물린 상황에서 노동계가 어떤 역할을 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건설산업연맹) 소속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연합(건설기업노련)과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플랜트노조)은 원도급자의 직접시공 의무 확대 방안 추진을 논의하고 있다.

　건설산업연맹 차원에서 국회와 협조를 통해 직접시공 확대 방안을 주장하기로 하고 현재 세부 내용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다음달께는 대략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노조들은 직접시공제가 현재 건설산업의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잡은 임금체불과 산업재해, 낮은 기술발전 등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기업노련 관계자는 “지금은 시공능력이 없어도 공사를 수주받아 하도급 줘 이익을 챙기는 구조에서는 기술발전 등 건설산업의 재도약을 기대할 수 없는 구조”라면서 “직접시공제는 페이퍼컴퍼니를 퇴출시키고 근로자 체불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등 장점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직접시공제는 종합건설업계와 전문건설업계의 이해관계가 대립하고 있어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부분 가운데 하나다.

　공공공사를 수주받은 원도급 업체가 하도급을 주지 않고 직접 공사를 시공하도록 하는 직접시공제 특성상 적용 범위에 따라 하도급건설 물량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전문건설업계는 직접시공제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하도급 공사 물량 감소와 서류상으로만 직접시공을 하는 이른바 ‘위장 직영’이 판을 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전문건설업계 관계자는 “위장 직영을 적발해 처벌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고 전문건설업체도 발주자로부터 직접 공사를 수주할 수 있는 방안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면서 “지금도 위장 직영 사례가 수두룩하게 발견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논란 탓에 건설산업기본법에 100억원 미만 공사에 대해 적용하도록 하고 있는 직접시공 대상을 지난 18대 국회에서 300억원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건설사 정규직 근로자와 현장 근로자들 모두가 한 목소리로 직접 시공 확대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새로운 해법이 등장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직접시공에 찬성한다”면서 “결국은 직접 시공제가 순기능을 할 수 있도록 위장 직영 등 편법을 막는 일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심규범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업자가 근로자를 직접 고용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장치를 두는 등 위장직영 억제 장치는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면서 “사회적 약자인 건설근로자가 직접시공제를 주장하고 있는 만큼 사업주들이 직접시공제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면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해석기자 haes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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