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개월이 넘도록 박근혜 대통령이 중소기업 희망사다리 구축과제 중 하나로 공약한 ‘대규모 계약의 분할ㆍ분리발주 법제화’ 방안을 놓고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회 내부에서조차 ‘정부 스스로 분리발주에 대한 공약을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과제라고 결론 내린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0일 국회에 따르면 새누리당 정책위는 9일 오후 국회에서 발주제도 선진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공공공사 분리발주 법제화’ 를 주체로 첫 회의를 열었다.

　TF는 나성린ㆍ강석호ㆍ안종범ㆍ성완종ㆍ김희국 의원 등을 주도로 구성됐으며, 회의에는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대한건설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건설산업연구원, 건설정책연구원, 건설기술연구원, 조달연구원,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건설산업 주요 기관이 참여했다.

　분리발주는 정부 공사를 전문업종별로 분리해 발주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것으로 현재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서는 금지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는 공공공사 분리발주 시행에 대한 방향조차 가닥을 잡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계획대로라면 올해 상반기 중 국회에 법안을 제출해야 하지만,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는 ‘검토 중’이라는 입장만을 내놓았다.

　결국 건설협회와 연구기관 등의 의견 청취에만 집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TF 첫 회의에서 대한건설협회는 분리발주 시행과 관련해 △생산체계 위배 △하자구분 불분명 △공정관리 곤란 △공사기간 지연 불가피 등을 제시하며 분리발주 반대 의견을 제안했고, 대한전문건설협회는 △하도급업체 피해 감소 △독일, 일본 등 선진국도 중소기업 육성을 고려한 분리발주 활용 △공사금액과 공정에 따라 제한적으로 시행하는 방안 등을 제안하며 엇갈린 입장을 내놨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정부가 초안이라도 마련해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렇다 할 정책 방안조차 내놓지 못했다. 대외적으로 공개하기도 불편한 상황”이라며 “회의에서는 건설업계의 찬반 의견만 오가는 난상토론 자리가 됐다. 결국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지난 2월 작성한 ‘공약 이행 로드맵 및 입법 추진계획’이 업계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마련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본질은 분리발주 시행 여부가 아니다. 건설산업의 불공정 하도급 문제를 개선하는 데 있다”면서 “건설산업 체계를 뒤엎는 제도개선에 앞서 정책 개선 제안 이유를 다시 살펴보고 방향을 잡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의원도 “어떻게 이 같은 규정을 공약화 됐느냐”며 시행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 정책위 TF는 다음달 20일께 분리발주 방안에 대한 2차 토론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국토부와 기재부도 이때까지 초안을 마련해오기로 했다.

　한편 민주당에서는 이달 말 ‘공공공사 분리발주 법제화’ 방안을 주요내용으로 한 공청회를 추진, 의견 수렴을 통해 의원입법 방식으로 ‘국가계약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한형용기자 je8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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