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기술인 통계를 보면 한국건설의 보수성도 두드러진다.

　지난 5년간 여성 기술자 비중은 10% 초반에서 맴돌고 세계 각국과의 FTA(자유무역협정) 체결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기술자도 23명이 늘어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여성 기술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6만6900명으로 전체 기술자 중 11% 비중이었고 2008년 6만9142명(11%), 2009년 7만1912명(11%)에도 동일했다.

　2010년(7만5122명)에 12%로 올랐지만 2011년(78123명), 작년(8만956명)에도 비중이 똑같았다. 같은기간에 전체 기술자 수의 연평균 증가율(2007~2012년 5.2%, 1.8%, 2.4%, 2.6%, 2.6%, 2.0%)과 비교하면 극히 미미하다.

　건설 분야의 최고 기술인력인 여성 기술사 비중도 5년째 1%대에서 정체됐다. 2007년 224명(비중 1.1%), 2008년 256명(1.2%), 2009년 304명(1.4%), 2010년 335명(1.5%), 2011년 377명(1.5%), 2012년 406명(1.6%)에 그쳤다.

　기술인력을 포괄한 여성 건설인이 느끼는 속칭 ‘유리천장’도 만만치 않다.

　1등급 종합건설사의 인사담당자 모임인 건설업체인사관리자협의회가 상위 50대 건설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여성 임원 비율은 1%에 그쳤다. 부장(0%), 차장(1%), 과장(3%)를 합친 중간간부급의 여성비율도 평균 2%에 머물렀다.

　외국인 기술자의 진입 장벽도 높긴 마찬가지다.

　작년 말 기준으로 기술인협회에 등록된 외국인 기술자는 943명이다. 5년 전인 2007년 말 기준의 외국인 기술자(920명)와 비교하면 23명이 늘었다.

　종합건설사의 외국인 기술자가 227명이고 감리업체가 108명인 전문업체의 외국인 기술자는 18명에 그쳤다. 5년 전과 비교하면 종합이 19명 늘고 전문이 3명 늘었고 감리는 똑같다.

　외국인 기술자의 국적도 미국(349명), 일본(154명), 프랑스(118명), 영국(100명), 중국(49명), 캐나다(47명) 순으로 일부 국가 편중현상이 뚜렷했다.

　주된 원인은 폐쇄적 입찰제 탓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미국, 유럽 등과의 FTA가 잇따라 체결됐지만 국내에서 수주 활동을 하는 외국 건설사(국내 활동 때 기술자 의무등록)는 거의 없다. 일부 민자사업에 호주의 맥쿼리그룹 등과 같이 자본투자를 하는 게 고작이다.

　외국인 기술자 유입이 정체되면 국내 기술자들의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지만 정부의 SOC예산 감축과 부동산 등 민간건설 침체 아래 일자리는 감소세다.

　기술인협회가 집계한 건설기술인력 취업률은 2002년 82.9%였고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에도 77.5%였지만 작년 72.9%로 떨어졌다. 건설산업연구원이 고용노동부의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작년 전공과 부합한 건설 쪽에 취업한 건설기술인력 비율은 공무원까지 포함해도 57%에 머물렀다.

　사람을 우대하는 발주기관의 의식 전환과 이에 부합한 제도 수술이 절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심규범 건산연 연구위원은 “건설사의 시공실적을 중시하는 것은 독일 등 선진국과 우리나라가 똑같지만 차이는 선진국 발주자는 과거 우수한 시공 때 활용했던 기술·기능인력을 새 프로젝트에도 데려와 쓸 수 있느냐를 낙찰자 선정의 핵심 요소로 평가하는 점”이라며 “건설기업의 최대 자산은 사람이란 점이 실제 입찰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국진기자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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