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 계약제도의 기본 틀을 바꾼다.

공공공사 입찰방식의 기본 축인 적격심사제와 최저가낙찰제를 대폭 손질해 종합심사제를 도입하는 게 골자다.

기획재정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최저가낙찰제·적격심사제 등의 성과분석 및 개선방안’을 마련했으며,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적인 정부안을 제시할 방침이다. 

기재부가 마련한 종합심사제는 가격과 공사 수행능력을 모두 합산해 낙찰자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과도한 가격경쟁에 따른 시공업체의 경영악화와 부실시공의 우려를 씻어내겠다는 의지가 묻어난다.

공사 규모에 따라 평가항목과 심사기준은 달라진다. 300억 원 이상 대규모 공사의 경우 가격·공사 수행능력 외에 고용과 공정거래와 같은 사회적 책임 점수도 따지게 된다. 사회적 책임 점수를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에 따라 산정할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이처럼 종합심사제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제도다. ‘미완의 대기(大器)’이기를 기대하지만 합리적 제도개선을 위한 철저한 준비와 폭넓은 합의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무늬만 덧칠한 평범한 질그릇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기재부는 조만간 공청회를 여는 것을 시작으로 제도개선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10월 전에 정부안을 확정, 국회 제출을 준비하고 관계법령의 개정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공공 계약제도의 대대적 개편을 위한 전초전으로 발주처의 부당한 ‘갑(甲)질’을 막기 위한 제도개선 작업도 활기를 띠고 있다.

일례로 지난 19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국가계약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법령은 청렴계약의 구체적 내용 등을 규정함으로써 국가계약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14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건설산업 불공정 거래관행 개선방안’도 계약의 공정성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12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위한 부당단가 근절대책’ 역시 ‘을’의 지위에 놓일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의 경영을 지원하고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을 지향하는 측면에서 정책적 지향점을 공유하고 있다.

관건은 제도의 실효성이다.
시장의 파이를 키워 발주자와 수급자, 갑과 을 모두 적정수익을 얻고 자연스럽게 협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게 이상적이겠지만, 이를 위한 특단의 정책 수단이 없다는 게 문제다.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양자의 다툼을 조율할 수 있는 계약제도의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장기적으로 경제 활성화와 함께 시장구조의 고도화를 꾀하면서, 중단기적으로 이해당사자 간 공감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계약제도를 정립하는 것을 최선책으로 삼야야 할 것으로 보인다.